[데스크칼럼] 게임에 이어 야구단도 최정상에 올려놔…진정한 오너십 보여준 맏형

지난 추석 KBS가 마련한 나훈아의 특별콘서트는 전국민의 관심 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콘서트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노래는 '테스형!'이다. 방송이 나간 후 중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너도나도 '아, 테스형'을 읍조리며 흥얼거렸다. 이 노래 덕분에 소크라테스뿐만 아니라 나훈아도 동네 형과 같은 친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게임업계 CEO 중에서도 '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그동안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범접할 수없는 인물로 여겨졌지만 어느날 TV광고에 다소 코믹하게 등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바로 그다. 이후 김 사장은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애칭을 새롭게 얻었다. 

지난 2017년 10월 전파를 탄 광고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이 일식집에서 꿈에 택진이 형이 나왔다며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비 강화를 시도하지만 결국 강화에 실패해 "김택진 XXX"라 외치는데, 마침 그 옆에서 식사 중이던 김택진 사장이 깜짝 놀라 기침을 하며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 김 사장은 근엄한 대표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네 형님과 같은 소심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 형님이 최근 또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창단 10년밖에 안된 야구구단 NC다이노스가 2020 정규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것이다. 김 사장이 신생 야구단을 창단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삼성과 LG, 현대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기업들의 독무대에 이름도 생소한 게임업체가 구단을 만들다니. 하위권에서 맴돌다가 곧 손을 들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이노스는 창단 초장기부터 돌풍을 일으키더니 정규 리그에 진입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물론 부침도 있었지만 수십년 구력을 쌓아온 쟁쟁한 구단들을 밀어내며 상위권에 안착했고 마침내 정상에 오른 것이다. 

NC다이노스의 행보를 지켜보며 이 구단을 키워온 '택진이 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한마디로 그를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저력과 성과를 놓고 보면 그는 '도전과 뚝심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게임업체를 맡아 '리니지'를 개발할 때 주변에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가 왜 천박한 게임을 만드느냐'며 손가락질 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뚝심으로 버텼다. 그리고 그 노력을 통해 값진 성공을 탄생시켰고 온라인게임의 선구자로서 당당히 자리할 수 있었다. 

10여년 간 온라인게임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온 엔씨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모바일게임으로의 세대교체였다. 과거 PC 패키지 게임 업체들은 온라인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가볍게 보았다가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대의 흐름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10여년 만에 시대는 또 달라지고 있었다.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모바일로 방향을 전환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잠잠했다. 이때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너무 늦게 모바일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 때를 놓친 것 같다'고 혹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업체인 넷마블은 가장 먼저 온라인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후 모바일에 전력질주 했다. 성과도 좋았고 가장 앞서 나갔다.

넥슨 등 다른 업체들도 모바일게임에 과감하게 뛰어들었지만 김택진 사장은 '아직은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니다. 철저히 준비한 다음 나서겠다'고 버텼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김 사장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모바일게임을 세상 에 내놓은 순간 단숨에 뒤바뀌었다. 남들 보다 한참이나 늦은 2017년 선보인 '리니지M'은 나오자 마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하자 마자 매출순위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기존의 모바일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보여줬다. 마치 PC온라인게임을 하듯 방대한 스케일과 화면을 구현시켰다.

이 작품의 등장은 그동안 모바일게임이 가진 특징인 '가볍게, 짧은 시간 즐기고 끝낸다'는 공식을 뒤집어 버렸다. 장시간 진지하게 플레이를 하는 모바일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이 작품은 모바일시장의 주도권을 캐주얼게임에서 MMORPG로 뒤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의 시선도 달라졌다. 10만원 대를 맴돌던 이 회사의 주가는 단숨에 30만원, 40만원, 50만원을 넘어서 이제는 7~80만원대를 오가는 황제주가 됐다. 

지금까지 김 사장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도전과 뚝심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진정한 오너십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도 보여준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너십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김 사장의 오너십이 없었다면 지금의 엔씨소프트도, NC다이노스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게임업체 CEO들이 성공만 하면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서 여유를 만끽할 때 홀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밤을 새우며 고군분투 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020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가 끝난 직후 김 사장은 그라운드에 내려와 우승의 기쁨을 선수단과 함께 나눴다. 일부 팬들은 김 대표의 애칭인 ‘택진이형’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하기도 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창단 때부터 바랐던 꿈 하나를 이뤄냈다”면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택진이 형 다운 말이다.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향해 나겠다는 것이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그의 말처럼 뚝심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이처럼 존경받고 본받을 만한 인물이 게임업계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NC다이노스의 시즌 우승을 축하한다. 그리고 더 큰 꿈을 이루길 기원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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