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장변화 적응 못하는 뒤떨어지는 조치 … 미래 먹거리 산업임을 인식해야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심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된다는 민감한 문제에 맞닥뜨려 몸을 사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스카이피플이 지난 7월 중순 신청한 역할수행게임(RPG) '파이브스타즈'의 블록체인 버전이 신청 후 3개월이 다 되도록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등급심의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신청 후 15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통보하도록 돼 있음에도 그렇게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1호 블록체인 게임 탄생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작년 11월 심의 거부가 결정된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의 재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임위는 지난 5월, 전담조직을 만들어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한 등급 분류 세칙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 왔다. 그런데 막상 파이브스타즈의 등급 분류 신청이 들어오자 전례가 없다며 심의를 미루고 있다. 앞뒤가 맞지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등급심의 거부를 위한 시간끌기라는 의구심만 안겨주고 있다.

얼마전 정부는 특정 금융거래 및 지원법(특금법)을 제정해 내년부터 암호 화폐거래소 운영기준 및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 등을 발표했다. 시행령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가 제한적이나마 제도권 흡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내년 가상의 환경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시험유통을 실시키로 방침을 세우는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위의 블록체인 게임 등급심의 지연 전략은 현 정부의 정책과도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업계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진다 할 것이다. 마치 뜨거운 감자를 손에 든 채 어찌할 바를 모른채 허둥대는 모습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 내 아이템에 대체불가토큰(NFT)을 접목해 아이템 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아이템 유통 비즈니스다. 게임 내의 아이템을 게임사의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의 전자지갑에 저장한 후 게임에 이용하거나 암호화폐를 이용해 거래가 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예술작품의 위작이나 모작을 가려내기 위해 작품에 NFT를 입히거나, 비디오 게임에 NFT를 입히는 등 NFT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고리타분한 사고와 발상으로  스스로 시장 확대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아이템 거래는 은밀하게, 그러나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게임 아이템 거래를 투명하게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불법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제도권의 흡수로 관련 기업들이 규제가 없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기현상도 함께 해소하자는 취지다.

게임 아이템 거래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세계 시장 규모는 무려 50조원에 이르고 있다. 외면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탄탄한 시장이 구축돼 있다. 배척하기 보다는 제도권으로 흡수해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기존의 게임 아이템 거래는 정부가 관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이번 기회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정착시킨다면 게임 개발사를 비롯해 플랫폼 운영 기업, 중개 포털 등 관련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세원 확보로 국가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시장이 존재하는 한 아이템 거래는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행성 논란은 이미 흘러가 버린 유행가가 된 지 오래다. 제도권 흡수로 긍정적인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위치에 있으며, 게임 아이템 판매라는 새로운 게임 비즈니스를 선도적으로 정립한 게임 강국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선점 국가로서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발목 잡혀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는 이미 믹스마블이나 엑시인피니티 등 블록체인 게임 기업들이 등장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게임인 트론이나 온톨리지 플랫폼, 포르테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초기 시장을 만들었던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블록체인 전환을 계기로 잃어버린 주도권자의 역할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나마 플레이댑 같은 국내 아이템 거래 플랫폼이 내수 기반없이 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눈물겹기 까지 하다.

제도권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우리 기업이 만든 서비스를 우리 국민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에다 역차별이다. 코로나 19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게임위의 전향적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를 산업화하고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또다른 과제다. 그러나 어떤 일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장차 미래 수종산업으로 내일의 먹거리로 키워 나갈 수 있는지를 내다보고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정책 당국자의 눈과 의지에 달려있다.

과연 미래를 내다보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현명한 대처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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