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업의 성장가능성과 비전 보여줘야…이미지 개선 노력도 필요

20대 젊은 친구가 수 년째 게임에 푹 빠져 있는데 괜찮을까? 얼마 전에 만난 초등 동창생이 조심스럽게 던진 화두다. 필자의 대답은 “예스” 였다.

요즘엔 게임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 축구나 야구처럼 게임에도 프로리그가 있고 손흥민이나 류현진처럼 유명한 프로선수도 있다. e스포츠는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야구와 축구에 이어 3대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정도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로 활동중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경우 소속팀 T1의 간판 선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e스포츠 선수로 국내외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25세인 페이커는 게임 하나로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훌륭한 선수로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고 부모한테 꾸지람듣는 청소년들의 희망이자 등불인 셈이다.

취미로만 즐기면 좋을 텐데 개발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 게임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로 했다는 그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나중에 정직원 되면 한턱 내!”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요즘 게임 회사들은 대기업 못지 않게 근무환경 및 직원복지를 잘 갖춰 놓고 있다. 예컨대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N사는 '일과 생활의 균형' 기반의 근무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유연 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직원 각자의 업무와 생활 패턴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의 육아도 지원한다. 판교R&D센터 내 500평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게임 회사들이 직원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기숙사 보증금 전액 및 월세 50%를 지원하거나 매달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지원하다. 직원의 직무 능력 및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올해 몇몇 게임 회사들이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려 모두가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는 그에게 게임 분야가 직업으로써 도전해 볼 만한 유망 직종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무려 3시간을 공들였다. 게임 홍보대사도 아니면서 왜 그토록 열변을 토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얘기를 귀담아 들은 그의 얼굴에 점차 화색이 돌았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적이었다. 나중에 한 턱은 고사하고 원망은 듣지 말아야 할텐데...

부모세대들은 여전히 게임과 게임회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체감했다. 그렇다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인크루트는 대학생 1045명을 대상으로 상장사 150곳 중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는 카카오가 1위에 올랐다. 대학생들이 카카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 때문이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전개 중인 영역들이 언택트 비즈니스로 분류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본 것이다. 2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는데 선택이유로는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체계’를 가장 많이 꼽았다. 3위에 랭크된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 역시 카카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톱10 순위가 궁금해진다. 최소 게임 회사 한 곳 정도는 이름을 올렸을 것이라 예상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게임도 유망 업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기에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에게 상당 부분 어필했을 것으로 판단한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들은 학창 시절 내내 게임과 e스포츠에 열광해온 세대들 아닌가. 그런데 이름이 없다. 방송 항공 자동차 화장품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이 상위권에 고르게 포진돼 있는데 게임만 없다. 예상밖의 결과였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이라는 뜻은 바꿔 말해 기업이 선호하는 좋은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을 수 있는 선발권을 가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인재들이 모이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겠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대형 게임업체들이 지금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때 좋은 인재들이 몰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그 때보다 여건이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 회사 중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이 있고, 해외까지 알려진 프로야구 구단을 보유한 기업도 있고, 성공적인 IPO로 요즘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대기업 못지않은 ‘충분한 급여와 보상체계’를 갖춘 기업도 있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풍토’를 갖춘 기업도 있다. 그런데도 게임회사를 바라보는 현실은 부모세대나 대학생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양쪽 모두 ‘성장·개발 가능성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본 것같다. 

상품만 광고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데 TV를 켜도, 영화관에 가도, SNS를 봐도 온통 게임 광고 뿐이다. 게임 뒤로 기업은 숨어 버렸다. 일례로 ‘나는 불꽃이다’와 같은 대기업의 기업 이미지 광고처럼 게임 회사들도 '게임은 OO이다'라고 당당히 외쳤으면 좋겠다. 아니면 SK채용 유튜브에 등장한 최태원 회장처럼 공채 응시자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게임산업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 기세를 이어가려면 지금부터라도 게임 업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게임 기업의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포장하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게임 회사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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