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획일적이고도 포괄적으로 묶어 정리…그로인해 게임 등 변방 산업 '멍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시장은 더 형편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또다시 올해 성장률을 종전 0.2%에서 마이너스 1.9%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암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비대면 (언텍트)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게임은 그 중심에 서 있다 할 만큼 비대면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게임시장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켤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그 수혜기업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산업은 더욱 척박해 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같은 병리적인 현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수요 창출의 노력도 그 것이지만 규제를 철폐하는 등 시장 환경을 대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하지만 시장 규제 철폐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제대로 실천한 역대 정권은 하나도 없다. 군사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진영을 표방한 정권이나 진보를 대표한다는 정권이나 모두 규제 완화책엔 실패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손을 대는 것 마다 꼬투리를 잡히는 등 규제 완화 기조 마련에 어려움 겪고 있다. 도리어 부동산의 경우 쓸데 없이 임대차 보호법에 손을 댐으로써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보수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진흥책과 규제책은 말 그대로 백짓장 차이다. 진흥책으로 말미암아 규제책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규제책이 결국엔 시장을 보호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업 가운데 문화 진영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문화와 문화산업이 동시에 번성하기엔 쉽지 않다. 편린이란 것이 뚜렷하고 이로 인한 병리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래서 조율이란 것이 필요한데 그 조율이란 것이 때 아니게 규제의 대못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너무 ‘아날로그’적이라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날로그’적이라고 함은 정책 입안자들이 한마디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밀레니엄 시대의 문제 풀이를 너무나 획일적이고도 포괄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산업적으로는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의 아이템이, 사회적으로는 양지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과  소수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게임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적이다 보니까  몇몇 가정의 수만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해 주는 네가티브 방식으로 정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 가운데 아케이드게임업계가 그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꼽힌다.

정부의 규제 위임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 방식이 저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게임업체들이 장단을 맞출 수가 없다. 또 그 심의방식 또한 내 맘 내키는 식이니까 그 심의 잣대라는 게 무한대에 이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이를 감당치 못하고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PC방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아날로그’적 발상으로 확장된 코로나 규제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역당국이 2.5 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최근 PC방 업종에 대해 고위험군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PC방 업종은 종전 중위험군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위험 강도가 높다고 판단, 이번에 고위험군에 포함시킨 것이다. 고위험군에 속한 업종은 영업장을 열수 없기 때문에 PC방엔 치명타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PC방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라 왔는데 일반 유흥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등과 같은 다중 집합 시설과 함께 PC방을 동류항으로 묶어 버렸다는 것이다.

PC방업계는 이들 업종과는 업태의 그 것이 크게 다르다며 방역당국의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인데다, 식음료 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방역 당국에서도 쉽사리 결정 번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이 바로 대표적인 ‘아날로그적’ 판단이자 시각이다. 즉,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이면, 출입 금지를 요구하고, 식음료가 문제가 된다면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고위험군 지정에 따른 파장을 놓고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다중 이용시설이라는 점만을 강조하며 무 자르듯 갈라 놓은 것이다.

QR코드 실명인증 및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 수행은 물론이고, 옆 사람과의 대화를 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했다는 PC방업계의 얘기는 아주 궁색한 변명으로 들려올 뿐이다.

거리두기 3단계 진입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정부와 방역 당국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더 입체적이고도 다양한 방식의 대면 억제 방법을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못하니까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잉태된 전시행정이란 꼬리표를 달게 되는 것이다. 정책 수행을 투명하고 선명하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문제는 여전히 나열식 ‘아날로그’적 방식의 정책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고질병이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무 자르는 듯한 정책은 비정상적인 정책이다. 큰 그림을 그려 놓고 그곳에 크고 작은 여러 그림이 그려 지도록 하는 게 바른 정책이다. 그런데 여전히 쓸모없는 기준과 규격만 내 세우고 있다. 그러니까 규제의 못이 제도권에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적 사고의 전단은 이제 던져 버릴 때가 됐다.  그래야 경제가 그나마 꿈틀거리지 않겠는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