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이터의 안전 관리 필수 ... 그러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력 확대 절실

"서행하던 자동차들이 갑자기 굉음과 함께 내달리며 차들과 추돌한다. 인도를 향해 돌진하는 자동차에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치고, 차는 건물을 들이받고 멈춘다..... 해커는 상황실에서 CCTV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해킹한 수많은 자동차들을 조작하며 사고를 일으키면서 도시를 혼란 속에 빠트린다. 운전자는 달리는 차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한 자동차들은 연쇄 추돌을 일으키며 질주한다. 목표 장소에 다다른 자동차들은 연이어 추돌하며 화재에 휩싸인다. 고층빌딩에 주차된 차들은 유리벽을 뚫고 도로로 수직 낙하하며 폭발하는 등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피투성인 채 울부짖는다"

물론 실제상황이 아닌 영화 속 한 장면이다. 2017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분노의 질주 8 : 더 익스트림'에서 주인공 사이퍼(샤를리즈 테론)가 자동차 해커로 변신해 수백대의 자동차를 원격 조종하며 도시 교통을 마비시키고 혼란스럽게 하는 장면이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해킹에 의해 도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현재의 기술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해커 찰리 밀러와 IO액티브의 차량 보안연구원 그리스 발라섹은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지프 체로키를 16Km 떨어진 거리에서 해킹해 원격 조종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조종하는 것은 물론, 차량 내 온도와 잠금장치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해킹을 통해 원격 조종하는 것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고려대와 펜타시큐리티가 공동으로 자동차를 악성 코드에 감염시켜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것을 시연해 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영화처럼 한꺼번에 수백대의 차를 해킹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특정인을 겨냥해 그가 탑승한 차량을 해킹하고 위해를 가하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런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과연 어떨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연내  5레벨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5레벨의 자율주행 자동차라면 사람의 손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 구분 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뜻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이 차량제어와 일정구간 자율주행 등 3레벨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미래의 경쟁 기업들이 대부분 그렇듯,  공격적인 투자 및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는 예비 타당성 심사를 통해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예산 1조974억 원을 확정했다. 개발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예산 배정의 배경이다.

차량 융합 신기술과 ICT 융합 신기술, 도로교통 융합 신기술, 서비스 창출 및 생태계 구축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을 확보해, 4레벨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왜 편성했는지를 알게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데이터댐 등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미래 산업에 대해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함께 육성해야할 블록체인 분야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원활히 운용되기 위해서는 차량의 자율주행 성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통신, 지능형 도로 등 주변 인프라를 함께 갖춰야 한다. 자동차끼리의 빠른 통신과 상황 대처는 물론이고 신호체계, 통신위성, 지능형 도로와의 정보교환이 실시간으로 오류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레벨 수준의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개발은 한마디로  요원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접목된 디지털 데이터는 무엇보다 신뢰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해킹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신호없는 교차로에서 차량 통행 우선순위 결정 및 사고 발생 시 과실 여부, 원인분석 등 다양한 부가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다.

블록체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는 예비 타당성 심사를 통해 지난 6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1,133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액 삭감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만큼 아주 '인색한  예산'이었다.업계에서는 예타 예산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율주행자동차나 AI 분야에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을 문제삼자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블록체인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가 너무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을 부르짖는 정부의 목소리에 그다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AI, 데이터댐, 자율주행 자동차 등은 모두 막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운용된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디지털 데이터가 안전하게 운용, 보관되지 않는다면 댐은 붕괴되고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될게 뻔하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홀대는 최고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면서 도로는 여기저기 패이고, 먼지가 휘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사용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도로에서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을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블록체인은 특정 분야를 위한 기술이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필연적으로 함께 해야 할 자율주행 자동차, AI, 데이터댐 등을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한 인프라와 같은 기술이다.

정부에서 이미 결정한 1,133억 원의 예타 예산을 1조1,330억 원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매년 집행하고 있는 150억 ~ 200억 원에 이르는 블록체인 진흥 관련 예산을 과감히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면 블록체인 산업 홀대로 비춰지는 이번 예타 예산을 보완하는 동시에 산업 육성 및 기술 확보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 기술 확보는 타이밍의 싸움이다. 한 번 놓친 기회를 다시 잡기 위해서는 몇 배 몇십 배에 이르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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