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ㆍ中 의 억지와 뻔뻔함은 그대로 빼닮아 ... '역지사지'의 뜻 되새겨볼 때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화웨이에서 틱톡으로 갈등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에 이어 이번에는 틱톡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중국을 위협하고 나서 국내외 여론이 시끄럽다. 

틱톡 압박에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도 거들고 나섰다. 미국 상원이 지난 주 연방정부가 지급한 기기에 중국 동영상 공유앱 틱톡을 깔아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 앞서 지난달 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둘을 통합한 법률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앱이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틱톡은 1020세대에 어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따라서 미국이 틱톡 사용을 금지하면 바이트댄스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틱톡의 글로벌 사업권을 매각하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 안보 문제와 미 대선개입설 등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잘 나가는 틱톡을 미국이 통째로 삼키려는 속셈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없지 않다.

중국 매체들은 틱톡 금지에 대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화웨이와 틱톡의 도전이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 청소년들이 틱톡을 애용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따라서 틱톡을 금지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에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며 미국의 틱톡 금지 배경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이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의혹 제기는 한마디로 트럼프 정부의 억지다. 앞서 미국은 화웨이 공격 때도 같은 논리를 펼쳤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가 최근 더욱 거세지면서 이전부터 화웨이 장비를 구축해온 국내 한 통신사 역시 당장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안보 위협’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미국의 주장은 그간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플랫폼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위협이 되겠느냐”면서 “미국의 주장은 G2로 급부상한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이후 국제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틱톡 사태의 경우 미국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중국 편을 드는 국가가 거의 없다.

중국도 같은 이유로 미국 SNS의 중국 서비스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중국에서는 유튜브와 트위터의 짝퉁인 유쿠와 웨이보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SNS에 문을 열었다면 미국의 틱톡 금지 움직임을 다른 나라도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 기업의 진출을 막고 있으니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여론이 중국 편을 들 리 만무하다.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미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게임업체들도 같은 처지다. 이미 수년째 훨씬 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사드 사태이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 신규 발급을 전면 중단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매출 창출 기회를 놓쳤다. 반면에 중국 게임들은 어떤 제약도 없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하며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다. 물론 지금도 몇몇 국내 게임 기업들은 중국에서 큰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세계 최대 게임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펼친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7%로 여전히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모바일 게임의 매출비중이 75.6%를 차지할 정도로 모바일 시장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게임 유저도 2019년 4분기 6억 5200만 명에서 2020년 1분기 6억 5400만 명으로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큰 시장에 한국 게임은 단 한 작품도 새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일본이 12건의 판호 허가를 받은 반면 한국의 판호발급 건수는 0건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판호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한 게임계 인사는 “중국 정부의 판호 재개가 자동으로 한국 게임의 중흥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국내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중국 게임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기장 진입조차 하지 못했던 한국 게임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틱톡은 21세기 중국이 내놓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사실 틱톡의 아이디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함에도 틱톡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모방과 짝퉁의 대명사였던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SNS 강국인 미국에서 1020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중국이 미국 정부의 틱톡 금지 조치 움직임과 MS 인수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될 정도다.

다만, 이 대목에서 중국은 '역지사지(易地思之)'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의 앞길을 막아 선 것에 분노하기에 앞서 중국 역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와 게임에 대해 수년째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 되묻고 싶다.

미국이 억지 논리를 앞세워 중국의 글로벌 히트 상품인 ‘틱톡’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에 대한 서비스를 금지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짝퉁작들을 내세워 우리 것을 빼앗으려는 뻔뻔한 행위 또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게 한국의 여론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