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 20년 된 한류에 새바람 제시…스타성 뛰어난 인물 발굴해야

정부가 올해를 ‘신한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게임 및 e스포츠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한편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시대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국무총리 주재 제11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을 보면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한류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제는 네 번째 단계로 도약하는 ‘신(新)한류(K-Culture)’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신한류’란 기존 한류와 달리 우리 문화 전반에서 한류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함으로써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한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다.

한류라는 말이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지만 정부에서 한류를 전면에 내세우며 육성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류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영화인과 방송인, 그리고 음악인과 게임인 등이 자발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불모지를 온 몸으로 개척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모도 많이 당했고 외면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며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나가며 지금의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남미, 아프리카, 아라비아반도 등 전세계 곳곳에서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외딴 섬과 오지에서도 한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지금의 열매를 맺기까지 20여년간 수많은 개척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20여년 전 온라인게임이 세상에 나왔을 때 미국과 일본 등 게임선진국에선 '이건 게임도 아니다'며 무시했다. 그들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조잡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후 그들은 게임도 아니라고 무시했던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배우기 위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게임의 트렌드가 PC패키지, 콘솔에서 온라인으로 무섭게 변했기 때문이다. 

PC방과 e스포츠 역시 그랬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했고 꽃을 피워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금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e스포츠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비록 게임을 창조해 내는 것에서는 뒤졌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길을 만든 것이 우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신한류를 새롭게 육성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정부가 이처럼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 개척해왔던 일들을 정부가 나서서 간섭하게 된다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먼저 알고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들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기업들은 특유의 창조력과 개척정신을 앞세워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려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수도 있다. 

게임은 매년 문화콘텐츠수출실적을 발표할 때 제일 앞에 나선다. 방송과 음악이 전세계 한류아이콘으로 각광을 받을 때도 속을 들여다 보면 게임수출액에 한참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정부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콘텐츠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중에 게임은 67%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은 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정작 한류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수출국가에 맞도록 현지화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한국산 게임을 수입한 국가에서 현지언어와 로컬라이징된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면서 한류의 이미지는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BTS 등 음악이나 '겨울연가' '꽃보다 남자' '기생충' 등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달리 게임은 현지의 언어와 스타일로 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산 게임이면서도 마치 현지에서 만들어진 게임인 것 처럼 인식되는 일이 많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들여도 게임한류의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신한류 시대를 맞아 게임의 수출정책도 조금 바뀌어야 할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인물을 좀더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천재적인 개발자들도 많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한 선구자들도 수두룩 하다. 또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이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와 음악은 이름만 말해도 다 아는 스타들이 즐비한데 게임계에는 그런 스타가 없다. 아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들을 더 대우하고 홍보해야 한다. 한마디로 '스타 게임인'을 더 많이, 더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게임인들의 뛰어남을 내새우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을 존경하고 대우해 줘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단아 처럼 냉대하면서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게임인들을 존경해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신한류를 선언한 마당에 게임인들도 신게임을 선언하며 이제는 돈 보다 문화를, 그리고 인물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신한류와 신게임은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