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스닥 상장시 게임산업 위상 높아져…중소업체들과 상생하는 모습 보여주길

011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2G 이동통신 서비스가 종료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가 2G 서비스 폐지를 위해 신청한 기간통신사업 일부 폐지신청 건을 이용자 보호 조건을 부과해 승인했다. SKT는 정부의 종료 승인에 따라 내달 6일부터 2G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할 계획이다. 이제 011은 추억으로 사라지게 됐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011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번호였다. 정부의 강력한 010 번호통합정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011로 시작하는 2G폰을 고집해왔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허무하게 2G폰을 포기시킨 건 정부의 압박도 이통사의 협박도 아니였다. 바로 아내의 집요한 애정(?) 공세였다. 시도때도 없이 ‘하트’를 요구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소개시켜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011을 버리고 010으로 번호를 바꿔야 했다. 3G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애니팡’을 설치하고 30분 간격으로 하트를 쏘는 일 이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런 경험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하트는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모바일 퍼즐 게임 ‘애니팡’에서 게임 한 판을 즐기게 해주는 가상의 아이템이다. 하트 숫자만큼 연달아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30분마다 하트가 하나씩 생성된다. 30분을 못 기다리겠다면 하트를 유료 결제하거나 카카오톡 친구에게 하트를 달라는 톡 요청 메시지를 보내어 품앗이할 수 있다. 

평범한 퍼즐 게임이었던 애니팡은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을 만나면서 그야말로 ‘국민 게임’이 됐다. 출시 74일 만에 이용자 3000만명, 하루 평균 하트 전송 건수 2500만 건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2년 10대 히트 상품’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후 이 게임을 만든 선데이토즈는 소셜 게임 개발업체 최초로 2013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애니팡의 흥행 성공은 개발업체인 선데이토즈는 물론이고 플랫폼을 제공한 카카오에게도 게임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중소 게임개발업체와 카카오의 만남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초창기 카카오의 게임사업은 카카오톡 플랫폼을 빌려주는 형태였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유저풀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냐였는데 카카오톡이 그 해답을 제시한 것이다. 

한때 주요 구글 등 앱스토어 게임 랭킹 상단엔 ‘포카카오(for Kakao)'란 마크가 붙어 있었다. 이는 카카오톡 친구들과 게임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표시였다. 수 많은 중소 게임개발업체들이 이 타이틀을 얻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업체 입장에서 ’포카카오‘ 게임은 4000만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 내에서 친구 초대하기, 아이템 선물하기, 친구들과 순위 매기기 등의 기능을 통해 단기간에 유저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을 최적의 마케팅 툴이었다.

실제로 ‘애니팡’을 시작으로 ‘모두의 마블’ ‘드래곤 플라이트’ ‘쿠키런’ 등 수많은 히트작들이 탄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선데이토즈 등 ‘카카오 키즈’로 불리던 다수의 게임업체들이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거쳐 코스닥 상장의 꿈을 이뤘다.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코스닥 상장 재도전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2015년 낭궁훈 대표가 이끌던 게임업체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쳐져 정식 법인으로 출발한 이후 카카오 게임부문까지 흡수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췄다. 이 회사는 2년 전 IPO를 추진하다 돌연 취소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캐주얼게임이나 타사 게임을 공급하는 채널링 서비스론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코스닥 시장 환경도 여의치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년간 IPO를 다시 준비하면서 체질 개선을 통해 캐주얼 게임 유통채널에서 벗어나 대작 MMORPG의 퍼블리싱과 자체 개발능력까지 갖춘 중견 게임업체로 발돋음했다. 특히 PC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유지 중인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셔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는 해외 업체인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패스 오브 엑자일’ 퍼블리싱을 통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줬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 성장에도 주력했다. 세컨드다이브,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등 3개 업체에 23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또 최근 액션스퀘어 창업자 김재영 대표의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도 투자하며 개발 중인 신작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달빛조각사’를 개발한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약 53%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의 IPO 재도전은 올해 게임 업계의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게임산업이 언택트 시대의 수혜 산업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주식 시장에서 게임주들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이미 검증받은 카카오게임즈의 합류는 게임산업의 위상을 한껏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018년 상장 철회 당시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는 이미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상장 재추진 시점에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조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질 수록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그 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그간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소 게임업체들과 함께 성장해온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이후에도 중소벤처 및 인디게임 개발업체들을 포함한 우리 게임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때마침 4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애니팡4’도 유저들의 높은 기대감 속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니팡 시리즈의 지속적인 흥행과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상장 성공이 맞물려 올 하반기 게임업계가 더욱 풍성해 지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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