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열과 성을 다한 더게임스란 이름 뒤로 물려…채울 수 없는 여백 메워 나갈 것

백범 김구 선생의 본명은 김창수다. 황해도 해주 땅에서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안동 김씨 집안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자 무식이었다. 훗날 백범은 “진주 강씨와 덕수 이씨 들에게 대대로 천대와 압제를 받았다”고 백범일지를 통해 밝힐 만큼 힘든 유년 생활을 보냈다.

그가 본명을 개명해서 김구로 쓴 것은 동학 접주에서 항일 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한 때 부터다. 사실 김창수는 동학 교도의 힘쎈 장수였다. 친구들과 우연히 동학에 입문하게 된 그는 과거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거시험이란 것이 부패하고 타락한 기득권자들의 출세의 방도라는 것을 알고 포기했다. 그리고 달려든 것이 팔봉 접주 자리였고, 이후 본격적인 항일 투쟁에 나서면서 그는 김창수라는 이름을 버렸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같은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이름 변경은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다. 행정적인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 사람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조금 듣고 부르기에 다소 불편할지라도 굳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이름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사람 뿐 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사람의 이름과 같이 기업 상호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음하기가 불편하다거나, 표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력 업종의 변화가 기업들의 상호 변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들어 몸값이 크게 치솟고 있는 국내 대표적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인수한 이후 '다음 카카오'란 이름을 쓰다가 아예 '다음'이란 이름을 떼고, '㈜카카오'로 개명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SNS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의 원래 이름은 '페이스 매시((Facemash)'다. 마크 저커버그가 2003년 첫 SNS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직접 작명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돌연 '더 페이스북(The FaceBook)'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편한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지금의 이름인 '페이스북'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마크는 훗날 상호 변경의 이유에 대해 “ 페이스북으로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더(The)를 빼야 할 같아서”라는 아주 알다가도 모를 얘기를 들려줬다. 어찌됐든 그는 '페이스북' 하나로 세계 최고의 SNS 기업을 거느리게 됐다.

‘더게임스’가 최근 인터넷 신문 제호를 ‘더게임스데일리’로 변경했다. 신문 제호를 바꾸는 일은 여간해서 하지 않는다. 그만큼 제호 변경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같은 결정을 내리고 실행해 옮겼다면 그만큼의 또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몸짓이 아니겠느냐고 유추해 볼 수도 있다 할 것이다.

죄송하게도 잠시 필자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전자신문에 입사해 줄곧 산업 부서에서 근무했다.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를 맡은 탓에 오래도록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를 출입하게 됐다. 당시 문화계는 문화산업이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 하던 때라서 , 문화를 산업적 관점에서 기사를 천착하는 필자의 기사에 대해 독자들은 다소 생경하다는 반응과 함께 신선하다는 편으로 나눠졌다.

또 문화부가 뒤늦게 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국을 신설할 당시, 문화산업국의 필요성을 주장해 최초의 산업국이 탄생하는 현장을 목도했고, e스포츠라는 용어를 전자신문 데스크 시절, 국내에선 최초로 신조어로 만들어 쓰기 시작해 e스포츠의 어원으로 기록되는 감회를 맛보기도 했다.

필자는 또 지난 1999년 케이블 방송 e채널에서 '모인의 게임의 법칙'이라는 국내 최초의 게임계 CEO 토크쇼를 맡아 2년간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게임 심의위원으로 2년여 간 게임 심의를 담당하면서 산업계의 흐름을 지켜보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산업이 꽃필 무렵에는 게임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제정하는 보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늘 다른 한편은 허전하고 부족한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산업엔 오로지 곡갱이와 황금궤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의 이론적 토대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평론상을 제정해 보기도 했고, 게임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을 만들어 시상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 어둡고 깊은 공허한 여백은 끝내 채울 수 없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더욱 확실해 진 것은 비대면의 게임업종이 얼마나 돋보이는 미래 업종인가를 다시한번 입증해 줬다는 점이다. 게임을 제외하고 문화산업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선 변방 신세다. 산업으로는 평가하면서도, 문화로서는 인정치 않으려는 아주 고약한 시선들이 제도권 이쪽 저쪽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본지가 열과 성을 다해 온 더게임스를 물리고 새로이 더게임스데일리를 전면에 내 세우겠다는 제호 변경의 결정적 배경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김창수라는 이름을 뒤로 한 이후, 자신의 대의를 조국 광복으로 바꾸는 등 항일 투쟁을 본격화했다. 상호를 바꾼 카카오와 페이스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 쾌속질주하고 있다. 상호를 바꾼 덕이 아니라 상호를 바꾸면서 다진 결연한 뜻과 의지 때문일 게 분명하다.

‘더게임스데일리’는 그간 ‘더게임스’가 담아 내지 못한 여백을 기꺼이 채워 나갈 것임을 확신한다. 특히 본지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은 게임산업을 한 단계 끌어 올려 문화콘텐츠산업의 대표 업종으로, 그리고 재계의 변방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으로 옮겨가는 게임계를 만드는 길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더게임스 데일리’의 새로운 출발을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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