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엔씨소프트의 미래 기술 투자
게임 넘어 혁신 영역까지 AI 기술 적용…청년 채용 등 인재 양성 안간힘

지난해 열린 'NC AI 데이' 현장 전경.
지난해 열린 'NC AI 데이' 현장 전경.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최근 비주얼 및 사운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며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AI 기술의 역량을 강화하며 이를 게임뿐만 아니라 혁신 분야로의 확대 적용하고 있어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더한다는 평가다.

꾸준한 채용을 통해 인력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도 이 회사는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시장 및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래 기술 인력을 적극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임계 대표업체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굵직한 판권(IP)을 개발한 게임업계 대표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기술 영역의 투자 및 개발에도 적극 나서왔으며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기주주총회에서 “PC에서 모바일로, 더 나아가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며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모션캡처 스튜디오 현장 전경.
엔씨소프트의 모션캡처 스튜디오 현장 전경.

#모션캡처 ‧ 3D 스캔 등 기술투자
엔씨소프트가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AI, 비주얼, 사운드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아름다운 배경 등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사내에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했으며 지난해 수원 광교에는 모션캡처 전문 스튜디오도 구축했다.

모션캡처 스튜디오의 촬영 공간은 15x10X4m 규모로, 최고급 모션캡처용 카메라 100대와 관련 최신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서 창과 칼같은 무기를 휘두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모습, 강아지와 같은 동물의 움직임도 정교하게 담아내 게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3D 스캔 스튜디오에는 인물과 사물을 3D 스캐닝 해 즉석에서 모델링 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 3D 스캐닝은 실재하는 대상을 다수의 카메라로 촬영해 3차원 모델링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로, 점차 생동감 넘치는 동작과 표정, 캐릭터 외양이 요구되는 게임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회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사운드 스튜디오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의 게임 배경 음악, 효과음 등 모든 사운드는 이곳에서 탄생한다. 각종 게임 효과음을 녹음할 수 있는 '5.1채널 영상 사운드 믹싱룸' '폴리 스튜디오(효과음 음향 녹음실)'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게임업계에서 선제적으로 AI 연구에 공을 들여왔다. AI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만 150여명에 달한다.

AI 조직은 ▲AI센터 ▲자연어처리(NLP)센터로 나뉜다. 두 센터 산하 5개 연구실(랩)을 통해 AI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AI센터에는 ▲게임 AI랩 ▲스피치 랩 ▲비전 AI랩 등이 있고 NLP센터에는 ▲언어 AI랩 ▲ 지식 AI랩 등이 있다.

게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는 ‘게임 AI랩’ 하나인 것에서 이 회사의 AI 개발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로 스스로 날씨 기사를 작성하는 AI, 야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요약해 편집하는 AI 등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AI 연구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엔씨소프트 AI 야구정보 서비스 '페이지'
엔씨소프트 AI 야구정보 서비스 '페이지'

#기사‧야구 AI 기술 영역 확대
엔씨소프트는 최근 머신러닝 기반 ‘AI 기자’ 상용화 소식을 알렸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매일 하루 3번(새벽, 아침, 오후) 작성하며, AI가 작성한 기사는 포털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로봇 기사’는 증시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미리 만든 템플릿에 넣어 만드는 방식이었지만,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AI 기자는 머신러닝 기반 자연어처리(NLP)기술을 습득해 문장을 100%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회사는 기자의 업무를 돕는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기사뿐만 아니라 영상을 편집하는 AI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페이지’에서는 경기 종료 직후 AI가 편집한 ▲전체 경기 요약 영상 ▲3분 하이라이트 ▲홈런 모아보기 ▲선발투수 모아보기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제공한다.

이는 사람이 영상을 편집하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페이지’는 AI가 경기 종료 직후 5분 내외로 다양한 영상을 모두 편집할 수 있다.

‘페이지’에서는 AI와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홈런쳤어?”라고 질문하면 응원하는 구단 경기의 홈런 기록과 영상을 AI가 바로 찾아서 제공해준다. 상황에 따라 AI가 푸시 메시지 등을 통해 먼저 이용자에게 말을 걸어 기쁨, 아쉬움 등의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 ‘NC 펠로우십’을 알려 AI 전문 연구원을 꿈꾸는 젊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NC 펠로우십’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다. 미래의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AI 기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해서 AI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다. 국내 주요 대학의 AI•전산 관련 동아리가 참여해 교육, 과제수행 등을 통해 AI 연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단 며칠간의 코딩 경험이 아니라, 한해 동안 여름·겨울방학 시기를 거쳐 엔씨소프트의 AI 전문연구원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참가자들이 AI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가자들은 딥러닝을 포함해 최신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미니게임 AI를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게임 내 유닛을 생산하고 컨트롤하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 RTS 게임 AI 개발을 하는 것.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각 팀이 개발한 게임 AI의 리그 대결을 펼치고 순위를 결정하는 대회도 연다. 우수 참가자들에게는 엔씨소프트의 AI 센터에서 근무할 있는 인턴십 기회도 주어진다. 2018년에는 KAIST의 ‘하제(HAJE)’팀이 최우수 동아리팀으로 선정돼 AI 해외 학회 참석을 지원받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과 함께 언어학, 인문학, 산업현장을 모두 아우르는 공동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어 구어 AI 학습 데이터 구축을 위한 학부 공동수업으로 엔씨소프트와 연세대가 대학혁신지원사업 디지털 인문융합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한 산학 연계 강의다.

우리말을 AI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양질의 언어 데이터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인문학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에 기여하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1학기에 개설된 수업은 '컴퓨터를 활용한 언어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언어 분석에 사용되는 온라인 작업 도구를 제공하고, 수업의 결과물이 실제 산업 현장에 활용되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공유한다. 2학기에는 '디지털 언어 데이터와 인문학' 수업을 개설해 감성, 감정, 욕구 등 인간 내면의 언어적 표출과 관련한 학습 데이터를 구축한다. 연세대 언어정보학 협동과정 대학원과 산학과제도 진행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하계 인턴사원 공개 모집 과정에서 일대일 온라인 직무상담회를 진행했다.
엔씨소프트는 하계 인턴사원 공개 모집 과정에서 일대일 온라인 직무상담회를 진행했다.

#청년 채용 사회적 책임 다해
엔씨소프트는 젊은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서는 가운데 다양한 언택트 방식의 채용상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지원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일대일 온라인 직무상담회 부터 채용담당자와의 온라인 질의응답, 채용정보가 담긴 영상까지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했다.

이 회사는 일찍부터 인턴십, 신입사원 공개채용 등으로 꾸준히 젊은 IT 인재들의 고용 창출에 앞장서온 업체 중 하나다. 현재 약 4000 명이 근무 중인 엔씨소프트는 평균 연령이 약 35세로 젊은 기업이다.

2005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하면서 매년 평균 약 50~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채용연계형으로, 2007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인턴사원들은 채용연계형 프로그램인 ‘엔씨 플래그십’ 제도에 도전할 수 있다. 올해 선발된 인턴사원 중 우수 수료자는 이 제도를 통해 장학금 혜택과 함께 다음해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선정 방식은 절대평가로 이뤄진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단순 업무 방식과 회사 문화를 단기간에 체험하는 과정이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직원으로서 실제 업무에 투입돼 다양한 업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인턴십 기간 동안 멘토를 배정받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막히는 부분은 언제든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역시 게임 개발, 사업 전반에 걸친 직무부터 AI 연구, 지원부서까지 총 18개 분야에서 인턴사원을 모집을 진행했다.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사내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연결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것.

특히 다양한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고, 리더, 전문가를 양성하는 ‘엔씨 유니버시티’가 있다. 매년 평균 200여개 수업이 개설되며 게임 개발업체답게 게임기획, 개발, 아트 등 기술·개발 분야의 전문 수업들이 전체 수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인문학 및 예술 강의, 효율적인 업무 방식 등 직책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개인의 필요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또 연중 다양한 주제로 지식 공유를 위한 컨퍼런스도 열린다.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행사 ‘NCDP’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 인사이트를 나누고,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대표 행사다. 게임 개발 분야의 전문지식을 나누는 강연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NC AI 데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행사는 AI 연구를 담당하는 AI센터와 NLP센터가 주도해 R&D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행사다. 직원들은 물론, 협력 관계에 있는 유수 대학원 교수와 학생들도 참석한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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