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내수, 수출 모두 침체의 터널…게임진흥원 독립시켜 업계 컨센서스 이뤄야

중국 게임시장이 심상치가 않다. 중국 당국의 시장 규제책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게임 심의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청소년 게임에 규제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대해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그 규제책이 언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는 반응이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코로나 19 사태에도 불구, 이 기간 동안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식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당국의 규제의 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 그렇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정한 거리 두기를 일상사로 해서 살아가야 하는 지구촌에 나름 경쟁력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다름아닌 게임인 점을 각인 시켰다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텐센트는 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체의 논평이 없다.

자국 시장이 이 지경이다 보니, 해외로 엑소더스를 단행하는 중국 게임업체들이 적지 않다. 보따리를 아예 싼 기업도 있고, 자국에선 개발만 하고, 서비스는 오로지 해외에서만 하는 기업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새 둥지를 틀고 앉은 곳이 대한민국 게임시장이라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게임터가 좋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대한민국 게임판이 아주 만만하게 보인 까닭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일까.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된다면 그나마 기분이 덜 할 수 있겠지만, 오직 후자의 경우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고 말이다. 게임 시장판이 한 순간, 모바일 플렛폼으로 바뀐 이후부터 중국 게임업체들의 도전이 시작됐다. 온라인게임 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래서 기껏 웹 게임 정도나 개발해 국내 시장에 선보여 온 중국 게임업체들이 시장판이 모바일 게임으로 변화하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여기서 공세라는 의미는 타진이란 과정이 생략되거나 이미 끝났다는 뜻이다. 뿌리고 거둬 들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으로 풍미하는 시절, 중국게임업체들은 모바일게임 개발공장을 상해 등 주요 요지에 세웠다. 이들은 여기에 모여 매일같이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완성해 냈다. 하루에 적게는 수십 작품을, 많게는 수백 작품을 찍어내 듯 개발해 냈다. 그렇게 힘을 키워온 것이다.

2020년 4월의 봄, 한국에서 순풍에 돛을 달 듯,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은 바로 이들의 후예들다. 한국 게임업체들로부터 그래픽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혹은 기획이 형편 없다며 혼쭐이 나던 이들이 주경야독, 불철주야로 게임에 매달려 내공을 쌓은 것이다. 솔직히 그들이 달라진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였을 뿐이다. 그런 이들이 지금, 자신들의 스승국인 한국 게임시장에 와서 마치 보란 듯이 쾌속 질주하고 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한국 게임업체들의 제자뻘의 기업이 아니다. 당당한 한국의 라이벌 기업들이 됐다. 일부 장르의 경우 스승인 한국 게임업체들이 제자인 중국 게임업체들에 배워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이처럼 갈라 놓았는가. 저들이 와신상담, 게임공장을 만들어 매일같이 공산품을 찍어내 듯, 게임을 개발할 때, 우리는 규제의 보도에 짓눌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고작 온라인게임에만 힘을 기울였고, 그 것도 거기까지인 양, 그 정도의 수준에서 흉내만 내야 했다.

중국 당국이 게임공장을 이곳 저곳 세워 돌릴 때, 우리는 그나마 한 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던 게임산업진흥원이란 게임계의 놀이터마저 없애 버렸다. 이 놀이터는 규제책 완화를 고민하는 협단체와는 달리 진흥책을 마련하고 플랜을 짜 완성하는, 게임계의 유일한 산업 인프라 시설이자 게임계가 숨을 쉬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데 그게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업계의 이같은 어려운 처지를 알고, 콘텐츠진흥원의 게임본부를 이전 상태로 돌려 놓으려 애쓴 인사들도 없지 않다. 그 가운데 모 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은 박근혜 정부 내의 대표적인 친 게임계 인사였다. 그는 물리적 결합만 단행된 진흥원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특히 그는 게임 장르는 타 문화 장르와는 매우 다른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보고, 과거의 게임산업진흥원으로 돌려 놓으려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중국 게임시장은 그 규모에 있어 글로벌급이다. 세계 유명 게임업체들이 다 모여 들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중국 게임시장이 지금 혼돈의 늪에 빠져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게임판호 허용 문제를 놓고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한국 게임업체들에 판호를 내 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지 반응은 한국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 외는 더 이상 중국 게임업체들의 게임을 이겨내지 못 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한국 게임업체들은 판호 타령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판호를 받아 쥐는 게 급선무가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업체들의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중국 당국이 판호를 정상적으로 발급하게 되면 수출 타개 등 당장의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그 것보다는 저들이 한 것처럼 우리도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게임공장이 됐든, 아니면 게임 놀이터가 됐든 중요치가 않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먼저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진흥원에 있는 게임사업본부를 따로 독립시키는 방안이다. 이 문제는 이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이고, 구체화된 바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시기를 저울질하며 머뭇거리고 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터전위에 게임공장을 세워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 게임업계가 과거에도 그랬듯이, 늘 잘하는 방식은 수직 계열화다. 그렇게 해서 시장에서 선점 시기를 놓치거나 패한 적이 한번도 없다. 상황이 어려울 때에는 잘하는 방식과 그 무기로 돌파구를 뚫고 나가야 한다. 게임 놀이터를 게임계에 돌려주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내수에서,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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