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500억 규모의 예비 타당성 심사 착수 ....미래 수종산업 위해 전향적인 시각 필요한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 같은 상황이다. 예방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나라마다 문을 걸어 잠그면서 하늘 길, 바닷길이 점차 끊기고 있다. 사람과 물자가 오고가지를 못하니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블록체인 업계의 눈과 귀는 한창 심사가 진행 중인 4500억 원 규모의 블록체인 예산 예비 타당성 심사에 쏠려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서 블록체인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신청한 예산이다. 머지않아 이에 대한 결과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은 찬반 의견이 그만큼 팽팽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의심보다는 ‘블록체인=암호화폐=투기’라는 편견으로, 규제만 강화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심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한창 암호화폐 투자 붐이 일던 때,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블록체인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위해 줄지어 방문하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한민국이 암호화폐의 성지로 부상하던 그 시절, 정부에서 성급하게 판을 엎지 않고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로 방향키를 잡았다면 산업의 중심 추는 우리나라 쪽으로 확실히 쏠려 있을 게 분명했다.

기업과 자본이 모인 곳이 새로운 산업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산업 활성화에 따른 고용 창출을 비롯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당연지사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 강화와 고사 작전으로 일관하던 사이, 국내 진출을 희망하던 외국 기업들은 떨어져 나가고 국내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해외로 이전하면서 스스로 블록체인 산업에서 멀어져 갔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해외로 쫓기듯 이전하는 ‘블록체인 엑소더스’가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지난해 발간된 ICT 기술수준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을 기준으로 약 80.8%에 불과하다. 약 2.3년이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일본, 중국도 90.5%, 87.5%, 85.8% 순으로 우리를 앞서고 있다. 중국은 블록체인 특허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지런히 노력해도 따라잡기가 버거우리 만큼 앞서가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를 비롯해 NIPA, KISA 등이 블록체인의 끈을 놓지 않고 산업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ETRI는 최근 PoN(Proof of Nonce, 분산합의) 방식의 독자적인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개발해 민간에 이양 중이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ETRI 내에 ‘블록체인기술연구센터’를 오픈해 기반기술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국책 연구원 차원에서 기반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여기에 중앙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과 민간의 상업화 노력이 병행된다면 더 큰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이번 예타 심사 결과에 대해 블록체인 관련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해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18년 5600억 원 규모로 신청했던 사업이 전액 삭감된 전례가 있어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블록체인 진흥을 위해 작년에 발의된 두 건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특금법'만 통과됐다.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일 수도 있으나 중소 거래소의 퇴출 의미가 더 강하다. 국회도 블록체인 진흥책에 대해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예비 타당성 심사가 통과돼 진행된다 해도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일 것이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단숨에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시작으로 꾸준한 지원이 이뤄 진다면 자금 부족과 관심 부족으로 산업 일선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블록체인 업계에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자양분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 빅데이터 등 당장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술의 보편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 기술들이 원활하고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라도 블록체인은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 확고한 진흥 의지를 보여준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블록체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글로벌 리더가 없는 것이 블록체인 시장이다. 따라서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기라는 이미지로 인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와 무관심이 자칫 산업 종속은 물론, 데이터 주권마저도 외국 기업에 맡겨야 하는 사태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를 방지하고 국내 블록체인산업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블록체인 기반기술 예산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대규모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국채 발행 등의 양적완화를 통해서라도 최대한의 예산을 편성해 이번 사태 해결에 쓰여지길 바란다. 더불어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동반돼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 묻혀 지난 사례처럼  블록체인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 돼선 안되겠다. 심사위원들의 전향적인 시각을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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