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연초 희망적이었던 판호 발급 '오리무중'… 앱스토어 판호 제출 요구로 급반전

중국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지난 2월 27일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출시될 게임의 판호를 6월 30일까지 기입하라고 안내했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애플 앱스토어에선 판호 기입이 필수가 아니었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한 허가권이다. 애플 앱스토어 출시작도 이젠 예외 없이 판호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베이징, 광둥성 등 지역 판호 관리부처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의 판호 발급 여부를 조사 및 감독하기로 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올해 초 시진핑 중국 주석이 상반기 방한 예정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로 판호 발급에 대한 희망적인 분석과 대조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작년 12월 2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예고됐던 시진핑 주석 방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상반기내 중국 판호발급 재개되나? … 해법은 정치권에

외교부는 3월 3일 상반기 시 주석과 하반기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2020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담아 서면으로 보고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더 장기화한다면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연예인으로 게임을 홍보하는 'AFK 아레나'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이 심화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 업체에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게임 업계는 판호가 필요 없는 iOS 선출시, 내자판호 검토,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등 우회로를 통해 중국 진출을 시도해왔다. 우회로가 막히고 중국 업체 작품들이 다수 출시됨에 따라 국내 중소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앱스토어 판호 제출 요구는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구체적인 매출 등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판호 없이 중국 애플에 론칭된 게임들은 각 회사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시 주석 방한 소식에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과 달리 진행되고 있는 사태에 난감한 입장을 나타냈다. 판호 발급은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세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훌륭한 대항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중소 업체들은 이번 판호 발급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 중국 업체들의 공세 속수무책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과 반대로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연예인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과 국산 작품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은 게임성으로 유저들의 눈길을 받고 있다.

모바일 앱 순위 및 분석 플랫폼 게볼루션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중국 업체 릴리스 게임즈의 AFK 아레나,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매출 순위 3. 4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4399의 기적의 검이 8위, 유주게임즈의 R5는 13위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과 같은 대기업을 제외하면 매출 상위권에 있는 국내 업체는 흔치 않다. 111퍼센트의 ‘랜덤 다이스: PVP 디펜스’가 11위, 엑스엔게임즈의 카오스 모바일이 12위로 선전 중이다.

이러한 경쟁은 국산 게임에 대한 유저 불신, 중국 게임 질의 전반적인 향상, 국내 중소업체들의 구조적 어려움 등 다양한 원인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판호 제한은 지금의 경쟁 구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아직 중국산 게임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아 단순 매출 비교는 무리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여전히 허위광고, 표절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국산 작품들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 이브온라인 판호 승인 ... 의미는?

3월 12일 업계에 따르면 CCP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이브 온라인’이 외자 판호 승인을 받았다. 중국 업체인 넷이즈가 서비스를 담당한다.

아이슬란드 게임 개발 업체인 CCP게임즈는 펄어비스의 자회사다. 펄어비스는 2018년 9월 이 회사를 2500억 원대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CCP게임즈 주식 10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번 판호는 CCP게임즈가 펄어비스에 인수되기 전 중국 퍼블리셔를 넷이즈로 바꾸고 판호를 재신청해 받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와 관련된 작품이 외자 판호를 승인받은 셈이다.

일각에선 판호 발급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이번 판호는 펄어비스에 인수되기 전 CCP게임즈 측에서 신청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업체가 받은 판호라는 성격이 강하다.

펄어비스 외에도 국내 업체가 관련된 작품이 판호를 받은 경우는 존재하지만 이후 국내 업체 작품이 받은 판호는 없었다.

점점 치열해지는 중국과 국내 업체들의 경쟁 속에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특히 모바일 작품들이 그동안 보여준 유저 응대는 국산 작품들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는 평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입장에서 작품을 출시한 업체가 어느 국가 소속이든 재밌으면 해당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국산 작품 수준을 따라온 만큼 모바일과 PC 연동, 음성 인식 기능 등 다양한 시도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판호가 이른 시일 내에 열리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유저와 관계자들의 동일한 의견이다. 

[더게임스 신태웅 기자 tw333@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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