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그리핀' 사태를 보며
[논단] '그리핀' 사태를 보며
  • 더게임스
  • 승인 2020.01.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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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돼야… 대학 e스포츠 확산 필요

소위 ‘그리핀’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촉발된 후, 게임산업과 e스포츠 분야를 넘어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프로게임구단과 스폰서를 맡은 회사가 미성년자인 프로게임선수와 불공정계약을 진행한 사실이 폭로되고 내부고발자가 폭력사태로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게 되자, 사건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져 청원이 게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0만명의 청원자를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지난 17일 박양우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직접 답변에 나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외부기관의 재조사와 후속조치를 끝까지 점검할 것을 약속하고 e스포츠 선수권익보호를 위한 4가지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e스포츠선수 표준계약서 △e스포츠 선수등록제 확대 및 정착 △e스포츠 선수보호시스템 체계화 △선수들의 고충과 분쟁을 상시 해결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긴 하지만 게임산업과 e스포츠의 특정사안에 대해서 주무부처장관이 직접 대처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e스포츠 진흥에 대한 문화부의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실재로 문화부는 지난해에 e스포츠 지역거점조성 사업에 광주, 대전, 부산 3개광역시를 선정해 e스포츠 지역거점을 조성하고 장기간 공석인 한국e스포츠협회장도 선임하는 등 e스포츠 진흥에 많은 노력을 쏟아 왔다.

이런 가운데에 터져 나온 ‘그리핀’ 사태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넘어서 한국e스포츠의 질적 성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e스포츠는 올해로 20년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 중국,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어 각종 세계대회와 더불어 국제종합스포츠대회의 종목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고 세계적인 프로 스포츠리그를 능가하는 미디어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청소년들의 주요한 문화생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상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e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아직도 e스포츠를 게임홍보수단이나 게임산업의 일부분으로 치부하거나 청소년에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만연돼 있다. e스포츠는 바둑과 같이 지력을 향상시키고 축구, 야구와 같은 경기가 가능한 정신 스포츠이며 청소년 문화 및 교류의 핵심 수단이며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라는 것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아마추어 e스포츠, 특히 대학 e스포츠의 확산이다. e스포츠가 청소년 스포츠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학 e스포츠의 확대 발전은 지역과 전국, 아마추어리그와 프로리그의 연계 발전에 필수적인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스포츠 생태계의 확대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인력을 수급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스포츠는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발전해 나가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이나 스포츠 심리, 경기종목, 규칙 등 관련 분야의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도 대학 e스포츠는 필수적이다. 2016년에 66개대학이 설립해 운영중인 미국의 NACE (National Associate of Collegiate Esports)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가버넌스체계의 정비다. 이번 ‘그리핀’ 사태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여러 주장과 이견이 있지만 e스포츠분야의 취약한 의사결정구조와 프로세스를 보완 보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당장에 발표된 e스포츠 선수권익보호를 위한 4가지 종합방안만 하더라도 프로구단 중심의 한국e스포츠협회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떤 모델이 최선의 방안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정책당국, 전문가,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 가버넌스체계를 정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e스포츠는 한국게임산업의 혁신이 낳은 옥동자라고 할 수 있다. 혹자들은 게임과 e스포츠를 똑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e스포츠가 게임에서 나왔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은 유저들의 취미활동이지만 e스포츠는 스포츠 문화 산업의 영역이다. 게임이 집이나 PC방 혹은 이동 중에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면 e스포츠는 경기장, 선수, 감독, 심판, 방송, 해설, 시청, 상금, 마케팅의 영역이다. 게임문화의 이해와 확산은 말 할 것도 없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진흥전략을 통한 우리나라 e스포츠의 대약진을 기대한다.

이정현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gp31631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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