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양극화 심화ㆍ질병코드 도입 등 시련…정부 친게임 행보 기대감

다사다난했던 기해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우리 게임인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누군가는 뿌듯한 성과와 보람으로 가슴이 벅찬 반면 누군가는 아쉬움과 좌절로 가슴을 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는 실패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입장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그리고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올 한해는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우리 사회의 주도층인 대학 교수들은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뽑았다.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 것. ‘공명지조’(共命之鳥).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는 이에 질투심을 가졌다. 이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 양극으로 갈라져 서로를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모두 함께 죽게 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된 고사성어다. 

게임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된 한 해였다. 산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양극화가 심화돼 한쪽이 무너지게 된다면 결국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이 '공명지조'의 교훈을 돌아보게 한다. 게임업체들의 상생과 협력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 한 해라 할 수 있다.  

올 해 게임업계를 어둡게 했던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갖고,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 11차 국제질병분류기준안(ICD-11)’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따라 의료계 등 질병당국에서는 게임과몰입에 대해 질병으로 분류, 관리하게 되며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게임업계의 대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제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다뤄지게 된 것이다. 당장 업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시장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한 것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았다. 최근 이같은 조치에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아직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시장은 꽁꽁 닫아 놓은 상황에서 중국산 게임들의 국내 시장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등 불공정 논란도 있었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중국산 게임들이 상위권에 대거 진입하면서 국산 게임들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른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산 게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평가가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에 버금갈 정도로 수준이 올라가 있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한때 게임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게임들이 올 해는 빛을 보지 못했다. '포켓몬고'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도 여러 작품을 개발하며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시장 환경이 아직 무르익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기술이 나오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현상도 많았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정부의 지도층들이 게임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게임에 대한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렀지만 이번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품게 한다. 

우리 업체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전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중국 작품들의 공세로 주춤했던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왔는가 하면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한 해를 결산하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객관적 근거와 함께 냉정한 잣대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위기가 많았고 아쉬움도 컸지만 그 안에서도 기회를 보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올 한해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위기는 늘 기회와 함께 오는 것이다. 그리고 1년 간 치열하게 살아온 게임인 모두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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