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평준화된 e스포츠 선수들의 기량
상향 평준화된 e스포츠 선수들의 기량
  • 김병억
  • 승인 2019.11.1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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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올 '롤드컵'서 중국팀이 우승 차지…팽팽한 라이벌 관계 '흥행 도움'

지금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 유튜버가 되겠다는 대답을 한다. 불과 여섯살짜리 꼬마가 연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고 60대 농부도 유튜브를 통해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고, 한 물 간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통해 재기에 성공하는 등 유튜브는 커뮤니케이션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가 아직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그때는 그랬다.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프로게이머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화려한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승리하는 모습은 청소년들을 열광시켰고 그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물론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열기는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우리나라 프로게임단의 국제경기 성적이 예전같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열린 롤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아쉽게도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수년전만 해도 우리 대표팀은 6회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중국과 유럽 팀들에게 넘을 없는 벽과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구도는 달라졌다. 작년에는 단 한팀도 4강에 들지 못했고 올해는 간신히 한 팀이 4강에 진입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최근 막을 내린 리그오브레전드(LoL) 국제 대회 ‘2019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LPL 리그 소속 ‘펀플러스 피닉스(FPX)’가  유럽 LEC 리그 소속 G2 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대0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한국팀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팀의 실력부진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중국과 유럽팀의 실력이 최근 부쩍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마당이 더 이상 녹록치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팀 선수들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스포츠나 마찬가지지만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막강한 전력을 보여주면 팬들의 관심은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원한 라이벌'이 있을 때 그 대결은 흥행에 성공한다. 축구의 경우 분명 피파랭킹에서는 일본이 앞서 있지만 우리나라와 경기할 때는 위축된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들도 다른 경기는 지나칠 수 있지만 한일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만사를 미뤄놓고 경기에 몰입한다. 흥행면에서는 이 만한 호재가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츠는 많지 않다. 하지만 몇몇 종목의 경우 일방적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보여준다. 여자 양궁과 여자 골프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 여자 양궁선수들이 세계대회를 장기간 휩쓸자 대회 조직위원회가 룰을 바꾸면서까지 우리 선수들의 독주를 막아보려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룰이 어떻게 바뀌어도 우리 여자 양궁선수들은 아직까지 최강자의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다.

여자 골프도 마찮가지다. 수많은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10위권을 점령하다 시피 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 이후 수많은 후진들이 쏟아져 나오며 한국 여성골퍼들의 천하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자골프대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강세가 그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였다. 새로운 역사 장을 만들었던 '스타크래프트'부터 지금의 '리그오브레전드' 등 각종 대회까지 한국 남성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다른 나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세계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고 1위부터 3위까지 싹쓸이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만약 우리팀이 우승을 놓치게 되면 큰 일이라도 난 것 처럼 관계자와 팬들이 크게 동요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최고'라며 자만하는 순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동안 우리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이 엄청난 기량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과 유럽 등 경쟁국의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더욱 분발하고 과거의 영광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의 경쟁자들이 더 많이 나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팬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지금과 같은 부진이 계속되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에겐 집요한 승부근성과 노력하는 정신이 남아있다. 비록 우리 대표팀이 올해는 4강에서 좌절하고 말았지만 내년에는 더욱 분발해 당당히 우승을 되찾아 오길 바란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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