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때아니게 정수기 렌털 사업 왜?…그간의 행보 살펴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

행간을 통해 글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이들이 이런 저런 소재를 가져다 쓰는 까닭도 그 것이지만, 여러 장치와 포석을 깔고 글을 쓰기 때문에 이 같은 유형의 글을 자주 대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간혹 주제어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펙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의 경우 그런 위험 부담은 크게 줄어 든다. 그러나 글 쓰는 이의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는 작업이란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주 본지에 게재된 ‘사라져 버린 e스포츠산업 10년사’란 칼럼에 대한 논란도 어찌보면 이같은 행간의 무독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스포츠 협회 등 관계자들은 최근 ‘e스포츠 20년사’를 발간하면서, 지난 2008년 선보인 ‘e스포츠 10년사’의 후속작업으로 이 책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e스포츠 10년을 지난 작업을 통해 소개했으므로 이번에 선보인 ‘e스포츠 20년사’는 그 이후의 10년의 발자취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그같은 주장이 틀렸다 할 수 없다. 표지에 언급된 여러 숫자들의 의미가 성큼 눈에 다가오지 않아 독자들에게 다소 혼란을 줄 순 있겠으나, 이를 좀 무시하고 책을 접한다면 그렇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라져 버린 e스포츠 산업 10년사’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 개념의 그 것을 잃어버렸거나 공중 분해됐다고 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발간된 ‘e스포츠산업 10년사’의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대회 경기 기록과 선수들만 집대성 해 놓았다. e스포츠 산업을 위해 밑거름이 된 단체 및 산학연 사람들, 그리고 스텝들의 역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산업이라고 해 놓고, 대회와 선수들의 전적 얘기만 연도 순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e스포츠산업은 선수들만으로 이뤄지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 버렸다. 결국 한쪽, 절반만을 가지고 역사를 기술한 것이다.

행간을 바라보는 어려움은 각종 정보와 함께 쏟아지는 기사들 속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해설 기사를 들여다 보면 독자들이 과연 어느 관점에서 이를 접하고 이해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나마 경제면 기사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정치면 기사는 복잡하고 짜증스럽기까지 한다.

넷마블이 최근 가정용 렌털업계 1위기업인 웅진 코웨이를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하자 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자금 규모가 큰 웅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넷마블의 실질적인 대표인 방준혁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일부 언론에서는 다양한 분석 기사를 출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넷마블이 왜 하필 정수기 기업을 인수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냐이고, 또다른 하나는 과연 기업인수합병(M&A)의 시너지가 생기겠느냐는 것이다.

방 의장은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M&A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기업규모를 키우는데 이같은 툴을 자주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 인수도 해 봤고 피인수되는 경험도 해 봤다. 그러나 이 것을 통해 반드시 무엇을 실현해 보겠다는 M&A는 몇되지 않는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지난 2003년 넷마블이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에 피인수 될 당시에도 그는 자신의 입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뒤늦게 모회사를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CJ에 회사를 매각하고 다시 돌아올 때에도 자신의 계산법을 내세우지 않았다. 키워 주었으면 한다 하니까 기꺼이 뛰어든 것이다.

엔씨 소프트에 대한 지분 참여 때도 앞선 계산법이라곤 따로 있지 않았다. 결국엔 이를 통해 모바일게임 판권을 가져와 시장에서 대박을 쳤지만 그가 셈법을 따져 묻고 들여다 보는 조밀한 스타일은 아니다.

일각에선 넷마블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주력하지 않고 아주 생경한 분야인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어 신규 사업을 벌이려는 의도가 뭐냐는 질문도 적지 않다. 그렇다. 의외의 결정인 것은 확실하다.

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주력 아이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월트디즈니도 케이블 방송, TV, 신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요즘 잘 나가는 넷플릭스는 월트디즈니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워낙 경합인 탓에 월트디즈니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듯 역방향으로 사업 목표를 세워 달려가고 있다.

정수기, 비데 등 생활용품 랜털사업은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홈 시장의 핵심 부문으로 꼽히고 있다. 이 사업은 캐시카우가 뛰어나 현금 흐름에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넷마블은 이를 통해 향후 여러 유형의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넷마블은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그룹 주력 아이템인 게임사업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게임은 한번 흥행에 실패하면 치명타를 입게된다. 모바일 게임 플렛폼 시대에 진입하면서 개발비가 다소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대작 게임이 주류를 이루면서 도리어 폭증하고 있다. 과거엔 먹혔던 구전(바이럴) 마케팅이 지금은 먹혀들지 않아 TV 방송을 통한 마케팅이 필수가 되고 있으며, 여기에다 개발자들에 대한 임금 및 운용 관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리스크 부담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 의장이 웅진 코웨이 인수 작업을 추진하면서 그의 팬과 주주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행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냥 보여진 대로 해석하라 했을까. 아니면 좀 더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며 헤아려 달라 했을까. 분명한 것은 그의 그간의 행적 또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살펴봤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행간의 깊은 뜻 정도는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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