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갈등에도 영향 미미…상황 반영한 성숙한 대응 기대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이 일본 기업들의 징용배상을 판결하고 국내 자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정부는 자국의 핵심부품의 대한수출을 금지시켰다.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상호 보복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시각도 제각각인 듯 하다. 한쪽에서는 "우리도 맞대응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감정적인 대립은 결국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한마디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한편으론 원수지간 같으면서 한편으론 상호협력하며 발전해온 관계라 할 수 있다. 근세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양국의 관계는 최악을 기록했다. 우리는 피해국이었고 일본은 가해국으로 여전히 역사적으로는 많은 앙금이 남아있다. 

이번 한일갈등의 원인도 일제강점기를 그 시작점으로 하고 있다. 이미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일본은 나쁜 나라인 것이다.

한일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양국에선 시민들이 나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는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적인 행동으로 추앙받기도 하는데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본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와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움직이도록 네트워크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국가를 이 시스템에서 배제시킬 경우 그 피해는 예기치 않게 우리에게 되돌아 오게 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파급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중국과 미국이 첨예한 무역마찰을 벌이면서도 신중하게 협상에 협상을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경제가 한 국가의 폐쇄적인 틀 안에서 운용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상대 국에 대한 무역규제가 자국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부의 대한수출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뿐만 아니라 자국의 기업들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번 사태를 빌미로 한국이 대체 수입이나 국산화를 할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국민들의 격앙된 반응을 보면 당장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이 텅 빈다거나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환불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양국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기화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게임쪽에선 불매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모바일게임 인기 순위를 보면 일본 판권(IP)를 활용한 작품들이 큰 변화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게임을 즐기는 연령이 젊은층 중심으로 역사의식이 희박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화시켜서 보는 것은 곤란하다. 

게임의 경우 국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상당히 강하다. 작품성만 좋다면 일본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매우 글로벌화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게임의 경우 어느 특정 국가의 문화색이 강하면 타 국가에서 서비스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개발단계에서부터 모든 나라에서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집어넣는다. 외모나 이름 등도 수출을 하게될 해당 국가의 문화를 철저히 반영해서 바꾸거나 새롭게 추가하는 등 현지화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 작품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산 게임이지만 자국 게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왜색에 대해서는 게이머들도 강한 반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일은 특히 패키지 게임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는 게이머들이 일본문화에 대해 관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게이머들이 일본 작품 불매운동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애국심이 없다'고 매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의 경우 우리가 일본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앞서 있거나 대등한 입장이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부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일본산 게임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경우 역으로 한국산 게임의 일본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일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문제로 게임업계나 게이머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거시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게임계도 좀 더 지혜롭게 그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서 또 간과하지도 않는 선에서 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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