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게임에 안방 내주며 고전…위기를 기회로 바꿔 재도약 기대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한 해를 마감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마음만 부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리 보니까 정말 해 놓은 것이 별로 없다. 정치, 사회적으로는 마치 격동기라고 해야 할 만큼 요란을 떨었지만, 실속은 별로 드러나 보이지 않고, 경제적으로는 중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수출은 그럭저럭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이다. 그나마 이 것만이라도 제대로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면 어찌됐을까. 문 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의 성장 정책은 아마도 급제동 걸렸을 게 분명하다.

소득주도의 성장 정책은 사회 안팎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노동 분야의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정규직화 및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은 그동안 생산, 고용 중심의 성장 정책과 크게 대비되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게임계의 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은 당장 큰 부담으로 다가 왔다. 이같은 근무 환경은 업계가 그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근로 조건인데다, 나름 예술을 한다며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게임 개발에만 매달려 온 1~2세대 게임인들에게는 아마도 턱도 없는 소리로도 들려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업계의 업무 관행처럼 돼 온 이른바 ‘크런치 모드’(일명 노가다)는 상당히 퇴치되긴 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게임 개발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 목소리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제반 환경 때문인지, 한국 게임 및 서비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업데이트를 해도 고만고만하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선보여도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과거엔 게임 서비스과정에서 버그 등이 생기면 하루를 넘기지 않고 개선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2~3일, 아니면 일주일씩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래서 일까. 올드보이 게임들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크게 손을 보지 않아도 그럭저럭 굴러 갈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팬들이 있어서 그리한다고 하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들을 볼모로 해 계속해서 우려먹겠다는 심보로 그리한다면 정말 답답한 일이다. 그 때문에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한국 게임이 과거와 다르게 고루하고 참신하지 않다는 경쟁국들의 날선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틈바구니를 헤집고 들어온 것은 저가의 중국 산 게임이다. 이젠 싼값의 중국산 게임이라고도 할 수 없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편당 로열티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할 만큼 값싼 가격을 형성해 온 중국산 모바일게임이 지금은 국내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 바로 국내에 론칭될 만큼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에 매달려 있을 때 자신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력했다고 할 만큼 중국 게임계는 모바일게임 완성도에 높은 자긍심을 보이고 있다. 분명한 건 조악했던 그래픽 등이 크게 개선됐고, 게임 소재들도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것들을 끌어 모아 게임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국산 게임들이 의외로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 구글 등 주요 게임 마켓의 상위권은 이들 중국산 게임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한국 게임계가 국제 보건기구(WHO)의 게임질병 코드 도입 여부 및 가능성으로 진을 빼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 문제 제기 등 제도권의 갖은 핍박에 등골이 휘어진 틈을 타 그들에게 안방까지 내 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남의집 안방에서 재미를 봤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염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렇게 한국 게임 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면서도 자신들의 문은 틈새도 주지않고 꽁꽁 걸어 잠궈 놓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반기 이후, 한국 게임은 한 편도 중국시장을 건너가지 못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조폭 무역’ 수준의 쇄국 정책이다. 그들은 시진핑 주석까지 내세워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식의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막말로 할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불어난 배만 내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더 가관인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문 재인 정부의 저자세 외교 태도다. 어떻게 이런 불공정 무역을 그대로 용인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의 말싸움은 실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는 중국 정부의 철옹성 정책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끝내는 중국 정부가 꼬리를 내림으로써 마무리 됐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내용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이 해 나가야 한다. 중국 당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적극적으로 문제삼아 답을 받아내야 한다.

옛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 가운데, 미국은 믿지 말고, 러시아 사람에겐 속지 말며, 중국은 오랑캐이니 크게 경계하라 하지 않았던가. 요즘 한반도 정세를 들여다 보면 딱 그 폼새이고, 경제도 거기서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오십보 백보다.

다사다망한 한해였다. 게임계엔 특히 그랬다. 그러나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좋은 것은 기해년(己亥年) 새해로 이어가고, 나쁜 것은 이 해가 가기 전에 훌훌 털어 버렸으면 한다. 그렇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하지 않던가.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언젠간 기회가 올 것임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게임계 파이팅.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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