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게임 내용을 수치로 표현하라뇨?
[논단]게임 내용을 수치로 표현하라뇨?
  • 더게임스
  • 승인 2018.09.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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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시대' 게임에 적합한 새 기준 만들어야

우리는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정량적인 수치로 그 가치를 가늠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언제나 수치적 평가기준에 의해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결과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판단 기준을 정성적인 지표보다는 정량적인 지표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일반적이고 표준화된 평가방식이 창의적인 작업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발목을 죄는 올가미로 작용할 수 있다.

필자는 과거 정부기관으로부터 게임콘텐츠 개발에 대한 과제를 신청한 경험이 있다. 오랜 기간 준비해서 심사를 받았고 마지막 최종평가에서 심사위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과제의 목표인 정량적 평가기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평가기준을 정량적인 지표만으로 설명하라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마치 허물 수 없는 커다란 벽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답답했다.

물론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예산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량적인 수치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제를 창출해내고 지원하는 목적이 잠재력 있고 가능성 있는 우수 업체를 선별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너무나도 정형화된 기존의 평가방법에만 근거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게임 산업은 이미 ‘구현의 시대’를 지나왔다. 기술적인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중들이 원하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집중하는 ‘표현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0.5초 단축이 결코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어떤 재미를 창출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시대이다.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하는 시대이다. 게임의 신(神)이라 불리는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미 2004년에 ‘둠3’와 ‘하프라이프2’를 비교하며 “나는 게임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게임의 재미가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량적인 수치로 대변되는 기술보다 정성적인 감성으로 대변되는 재미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적어도 게임분야에서는 말이다.

정부지원과제에 대한 게임업계의 지원 비율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매출을 이끌어내기가 너무도 힘들기 때문에 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모바일게임 열풍에 힘입어 창업의 전쟁터로 뛰어든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초기 투자된 개발비를 모두 소진하고 안정적인 매출의 고지까지 다다르기 위해 생명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생명줄을 잡으려 또 다른 치열한 전투를 치른 것이다.

과연 과제선정의 평가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선정된 업체는 정말 가능성 있는 업체였을까? 평가절차에만 집중하여 실질적으로 평가내용에 대한 올바른 기준을 정립하는 것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과제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필자 스스로도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게임콘텐츠임을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실 게임 학계는 물론 실질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에서도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성공가능성이 높은 게임으로 완성하기 위해 그 기준에 맞춰 개발하는 방법론을 정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게임QA(Quality Assurance)가 바로 그 분야이다. 감성평가라는 쉽지 않은 분야를 최첨단 기술집약적 콘텐츠인 게임에 적용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게임업체들을 중심으로 QA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QA방법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 더 이론적인 바탕을 마련하고 연구를 거쳐 제조업에서나 사용하던 숫자들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게임콘텐츠에 적합한 새로운 기준들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관료적인 관점이 아닌 참으로 그 가능성과 타당성에 점수를 더 줄 수 있는 새로운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표면적으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인 숫자들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켜나가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덫이 되지는 않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MTEC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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