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근무환경 변화에 직면한 게임업계
[데스크칼럼] 근무환경 변화에 직면한 게임업계
  • 김병억
  • 승인 2018.07.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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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ㆍ최저임금 인상 등 급물살…창의성 살리기 위한 공감대 우선

“우리가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는 돈이 없어서 지하실 방을 하나 얻어 밤새워 가며 일했다. 배가 고프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지금은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일군 1세대 개발자들은 한결 같이 이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작품이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 때면 그 동안의 모든 고난과 눈물이 한번에 씻겨 내려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 하나. 어렵게 어렵게 게임을 개발해 론칭했지만 참담한 실패를 맞보고 중국으로 나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혼신을 다한 결과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다. 직원들 월급도 몇 달씩 밀려 수출마저 실패한다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사회생을 한 것이다.

이런 기적 같은 스토리는 벌써 20여년 전의 얘기다. 그때는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IT 개발자들이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에겐 젊음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세월도 흘렀고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물론 지금도 하루에 수십개의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들은 선배들만큼 배가 고프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임은 일정한 재료가 투입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완성품이 나오는 굴뚝산업이 아니다. 자동차나 반도체는 창의적인 산업이라기 보다는 장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제품을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수녀간 수 백억원을 쏟아부어 작품을 완성했다 해도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휴지조각처럼 버려지기가 일쑤다. 반면 한 두 명이 모여서 불과 몇 개월 만에 만들어낸 작품이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른 변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게임은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는 오픈마켓을 통해 글로벌시장으로 빠르게 전파된다. 이는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이제는 글로벌업체와의 경쟁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른바 ‘크런치모드’라는 것이 관례화돼 있었다.

테스트나 서비스가 임박해오면 야근은 기본이고 휴일도 반납한 채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해야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유저들이 까다로운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행군을 통해 우리 게임업체들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산업환경의 거대한 물결이 변화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그것이다. 게임업계는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서 주 52시간에서 예외 업종으로 지정해주기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 최저임금은 영세한 스타트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게임산업의 풀 뿌리부터 거대한 나무까지 모든 업체들이 이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산업환경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거스른다면 처음엔 견딜 수 있겠지만 결국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대의 변화는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게임업계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를 인정하고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근무조건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득과 함께 실도 가져다 준다. 게임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모든 산업에 예외 없이 근무시간을 강제하지 않는다. 특히 게임은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준다. 사회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또 우리를 따라잡은 중국의 경우엔 근무시간에 연연하기 보다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렇게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강력한 법 시행에 직면해 샌드위치 신세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정부의 선처만 바라고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시대의 흐름에는 순응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일하거나 꿈을 버리고 좌절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더욱 지혜롭게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경영자와 근로자의 대립이 아니라 모두가 게임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거나 개발자들이 원칙을 고집한다면 평행선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 아래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고 나아간다면 난관을 풀어나갈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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