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의 성상에도 역사 의식 없어…이대로 가면 겜블로 전락 우려

게임업체를 일부 매체에서는 여전히 게임사로 표기한다. 맞춤법이나 표준말에 어긋남이 없으니 그렇게 쓸 수 있다. 또 게임업체나 게임사란 단어의 의미와 뜻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마찬가지란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단어의 속뜻을 들여다 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사란 용어를 즐겨 쓴다. 예컨대 그들은 '社'(사)자란 의미를 서비스 개념으로 이해하고 쓴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고객을 떠 받드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단어 뜻의 이면엔 일정 규모에 이르지 못한다는, 다소 하대하는 제도권의 시각이 담겨 있다 할 수 있다. 예컨대 게임은 대중문화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란 것이다. 결국 게임업계가 그 같은 표현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도 된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업체와 게임사란 단어를 동시에 써 왔다. 그러나 더게임스는 2004년 창간이후 게임업체란 명칭을 고집하다 시피하며 써 왔다. 게임 산업에 대한 사회의 시각을 순화하고, 게임 기업이란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또 일본식 표기같다는 점도 거슬렸다. 이후 게임사란 이름을 내건 기업들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게임업체와 인터넷 신문 등에서는 게임사란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게임 종주국이라고 자처하는 일본에 대한 사대주의적 발상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그렇게 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 표기해도 그 어느 누구 한 사람 뭐라 하지 않으니 게임업계를 깔보는 표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원년을 어디에다 두고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온라인게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대중화를 실현한 곳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계라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온라인 게임의 역사적 의미가 최근 몇 년 사이, 슬그머니 감춰지거나 퇴색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를테면 온라인 게임이란 용어 대신 PC기반의 게임으로 바꿔 표기하는 게임 매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외국 게임매체들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거점의 게임 매체들이 온라인 게임 표기를 PC기반의 게임이란 용어로 바꿔쓰기 시작하자 이를 거르지 않은 채 그대로 번역해 옮겨 담은 탓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 그들이 그렇게 온라인 게임이란 용어를 집요하게 PC기반의 게임으로 부르려 하느냐는 것이다. 게임 변방인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만들어낸 온라인 게임이란 용어가 마땅치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 국내 게임업체 일부와 몇몇 게임 매체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받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 'K'란 수식어를 붙여 ‘K-게임’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알고 보니, 국산 게임이 다시 해외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자 ‘K-팝’과 함께 게임을 동류항에 집어 넣기 위해 그 같은 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쁜 의미로 시작된 단어는 아니었지만, ‘K-게임’이란 용어가 ‘K-팝’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듣기에 여간 거북 스러운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게임은 ‘K-팝’에 앞서 바람을 일으킨 한류의 본 기류이자, 문화 수출의 전사였기 때문이다. 그 같은 게임이 뜻하지 않게 엄한 용어에 얹혀 호사를 누린 듯 언급됐으니 솔직히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이다. 국산 게임이라고 하면 됐지 무슨 때아니게 ‘K-게임’인가.

이같은 일련의 현상들은 산업에 주인이 없고, 게임이란 업종에서 우러나는 독특한 문화가 제도권 등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내 게임산업은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포함하면 50년의 역사를, 명실공한 온라인 게임의 시작을 기점으로 보면 20여년의 성상을 쌓아 왔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성인이자 중년의 나이다. 스스로 책임질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도권으로부터 낮춤을 강요당했다며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면 그건 책임회피이자 변명일 뿐이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업계가 너무 무게 중심을 못 잡는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데 익숙하지 않은 산업 풍토 탓도 있지만, 제도권의 정서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너무 무심하다. 그러다보니 초록을 구분하지 못하고, 피아를 나누지도 못한다. 최근 논란을 빚은 아무개 비서관의 농단 사건은 그 대표적인 피해 사례이다.

이같은 업계의 무관심과 무신경은 함량 미달의 일부 언론의 책임도 없지 않다. 무조건 받아 쓰고, 스펙트럼 없이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결과다. 그로인해 성인인지도, 중년인지도 분간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그 지경인데, 산업 역사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있겠는가. 그런 걸 바란다는 건 거의 허영에 가깝다.

이대로 가면 게임은 없고, 겜블만 걸쳐있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산업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하기야 주인도 없고 파수꾼도 없는데 아무렴 어떻겠는가. 그렇지만 그건 극단의 선택이다. 우리가 어떻게 쌓아온 게임 역사인데, 그렇게 미련 없이 강물에 흘려 보낸다는 말인가. 막 말로, 돈만 잘 벌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이젠 하나 하나씩 정리할 때가 됐다. 필요한 건 취하고, 그렇지 않은 건 과감하게 내던져 버려야 한다. 그게 무게 중심을 잡는 지름길인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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