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아직 보잘 것 없지만 큰 변화 올 것

'MWC 2016'에서 가상현실(VR)이 큰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이래, VR로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된 분야는 게임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들은 앞다퉈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VR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VR가 등장한 2016년 첫 해에만 약 6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전체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2016년 약 109조원)의 약 5%를 차지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슈퍼데이터리서치사의 조사에 의하면 2016년 VR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8억 달러(2조원)로, 기존 예측치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큰 기대감에 못 미친 셈이다. 실제 시장을 들여다 보면, 그 현상을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VR 게임은 게임 마니아 소비자 중심으로 체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들 역시 호기심 차원의 1회성 소비 수준에 멈춰 있다. 한 번의 경험 이후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시장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더딘 성장의 이면에는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될만한 킬러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이슈가 있다. 현재 체험 가능한 VR 게임들은 대부분 흥미 유발형 1회성 콘텐츠에 머물러 있으며,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접속을 유도할만한 콘텐츠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형 게임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VR 게임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과도 연결된다. 해외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  VR를 출시한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대형 게임 개발사들의 VR 게임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내 주요 게임 메이저들 역시  VR 게임에 대해서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VR 게임을 체험하지 못했다는 점도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KT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3~59세의 소비자 중 약 29%만이 HMD를 통해 VR 게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VR 게임 경험자 대부분이 박람회 등을 통해 1회성 체험을 한 것으로 조사돼, 국내의 VR 게임 이용 수준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VR게임 콘텐츠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VR 게임 이용자들 중 약 81%가 만족한다고 응답, VR 게임의 이용 만족도는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향후 VR 게임에 대한 체험 기회가 늘어나면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직 기대만큼 성장은 하고 있지 않지만 VR 게임 시장의 미래가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타트업이나 중소 게임개발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VR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VR 게임의 글로벌 플랫폼인 '스팀VR'에는 점점 다양한 유형의 퀄리티 높은 게임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경험이 가능한 FPS 게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내의 중소 게임개발사들 역시 시장 선점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VR 게임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이들 중 몇몇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 관망세를 보였던 게임 메이저사들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 된다.

또한 VR 외에도 새롭게 부상 중인 증강현실(AR) · 혼합현실(MR) 등 실감형 미디어 신규 기술이 게임 시장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R 게임은 보다 손쉽게 다양한 장르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차폐형의 HMD가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에 하드웨어적 접근성 및 사용성이 좋다는 점 등에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AR 모드를 적용시킨 포켓몬고의 성공을 통해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애플과 구글 등 대형 글로벌 사업자들이 AR 기술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AR 게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콘텐츠 개발 및 적용기술의 확대와 함께, 소비자들의 VR 게임 체험 기회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반, 국내에 겨우 1개소에 불과했던 VR 체험존이 1년이 지난 지금, 10여개소로 늘어나는 등 그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체험존의 증가가 지속되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VR 체험존을 방문, 다양한 VR 게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VR 게임 소비가 얼리어댑터 중심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시장 기회가 될 게 분명하다.

2016년 초 VR가 등장했을 때 VR 게임 시장에 쏟아졌던 관심과 기대감이 다소 주춤한 듯 보이지만,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와 AR · MR 등 다양한 실감형미디어 기술의 적용, 이와 함께 일반 소비자들의 체험 기회와 관심이 확대된다면, MWC 2016에서 제기된 장미빛 전망 이상으로 게임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 확실시 된다 하겠다. 게임업계의 적극적인 VR 게임 개발 노력을 통해 그같은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 yoonjeon.koh@kt.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