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ㆍ정체성 등 모든 것 실험…더 많은 상상과 도전 필요

지난 7월, 서울에서 개최된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실험 게임 페스티벌’인 이 행사에서 지향하는 ‘실험’은 기존의 분류와 게임문법으로 정의하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 뜻한다. 이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구현하는 실행까지를 포함한다.

인디게임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페스티벌에서 추구하는 실험은 게임 플레이의 새로운 시도부터 게임의 소재, 내용, 나아가 정체성에 관한 새로운 시도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인디’ 대신 ‘실험’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한국에서 인디게임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행사가 부족한 것에 갈증을 느끼던 국내 거주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어 2014년에 첫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기까지 행사가 해마다 개최되는 동안 해외에도 점차 알려져 해외 출품작도 늘어났다.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후원을 받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작품 선정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게임업체사의 후원은 받지 않고 있다.

올해는 열 두 편의 작품들이 선정되었는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새로운 게임들이었다. 현실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성찰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게임도 있었고, 전형적인 조작 방식으로부터 탈피한 게임도 있었다. 현실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비현실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도 있었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작품이 되는 게임도 있었다. 이 행사의 묘미는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여러 재미를 경험하는 것 외에도 선정된 작품이 어떤 면에서 실험적인지를 짐작해보는 것인데, 나름대로 짐작한 바가 실제로 제작자가 의도한 바와 맞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즐겁다.

눈길을 끈 것은 관람객들의 열기 못지않은 게임 개발자들의 열정적인 참여였다. 모든 개발자들이 행사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참석한 개발자들은 자신의 게임이 시연되는 장소에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거나 게임에 대한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외국에서 온 한 개발자는 시연 장소를 꾸밀 소품들을 직접 준비해오기도 했다.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을 접하는 것 외에도 개발자를 직접 만나 그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이 행사의 중요한 특징이다. 게임이 개발자가 만든 하나의 세계이면서도 그들과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매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의 분류와 문법에서 벗어날 정도의 새로운 시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차적으로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새로운 시도들은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그동안 한계라고 여겨졌던 경계들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개발자와 게이머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앞으로 지금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한다면 새로운 시도와 그것에 대한 향유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게임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행사는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기약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행사가 개최되는 현장은 개발자와 향유자의 구분 없이 이러한 가능성을 믿는 게이머들이 모여 함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만남의 자리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행사는 ‘축제’(festival)가 맞다.

게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첨단기술이 가장 빠르고 대중적으로 접목되어온 분야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기술적인 가능성은 첨단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속도와 범위 면에서 빠르게 정도를 높여가는 만큼 게임이 표현하고 구현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에 내용적인 가능성 역시 긍정적으로 기대할 만하다.

다만 그것이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가능성이 되기 위해서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간의 관계가 판매자와 소비자가 아닌 게임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함께 상상하는 게이머로서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아웃 오브 인덱스’와 같은 행사가 더 많아져야 할 이유이고, 지금 개최되고 있는 행사들이 이 점을 중요시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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