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생태계 새롭게 그려야

취임 9일 만에 산업현장 방문 '긍정평가'…'셧다운제' 폐지여부가 시금석

문재인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도종환 장관이 임명됐다. 학교 선생과 시인, 그리고정치인에서 이제는 행정가로 변신을 거듭해온 도 장관에 대해 게임업계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동안 문화부 장관을 맡아왔던 인사들이 겉으로는 게임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큰 역할을 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도 장관이 문화부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취임 10일이 채 되기도 전에 게임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판교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도 장관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1999년 기존에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게임산업 관련 업무를 이관 받게 되면서 18년 동안 게임산업 주무부처로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99년 이후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점에서 문화부의 역할 역시 어느 정도 고속성장에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부도 현재는 제대로 된 게임 정책을 이끌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문화부는 게임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복합 문화 산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동시에 체육산업과 관광산업 역시 담당하고 있는 부서라는 점에서 부처의 수장인 장관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체육과 방송 쪽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면서 게임분야는 상대적인 소외가 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전임 장관들 한계 드러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3명의 장관들은 전체적으로 기존 게임산업정책을 유지하면서 진흥 정책에 살을 붙이는 정도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인 정책추진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및 인식 변화 등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 장관 모두 실망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그나마 박 정권의 첫 문화부 장관이었던 유진룡 장관의 경우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 반영에 있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회원사 대표들과 미팅을 갖기도 했고,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셧다운제 폐지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밝히는 등 게임산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임기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두 번째 김종덕 전 장관의 경우 '피카소 프로젝트'로 언급되는 제3차 게임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김 전 장관의 재임 시절부터 문화부의 문화 산업이 케이팝과 한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게임산업이 찬밥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조윤선 전 장관의 경우에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 시간 선택제로 전환하는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해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여성가족부 장관 시절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게임계의 반발을 산 바 있고, 작년 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여파로 현직 장관으로 첫 구속되는 불명예를 남기고 말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 정권의 장관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보여주지도 못했고 업계와의 교류도 많지 않았다며 아쉬웠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도종환 장관은 취임 9일 만에 게임산업 현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동시에 문화부 주도의 민·관 규제개선협의체를 만들어 게임 제도개선 창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도 장관은 이를 통해 게임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문화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산업협회,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는 규제개선협의체를 출범시켜 업계에 만연해 있는 규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업계는 규제개선협의체의 첫 안건으로 성인 대상 온라인게임의 결제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현재 온라인게임에 한해서 성인 월 50만원, 청소년 7만원 결제한도를 제한하는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규제라는 것이다. 게임위의 심의 과정에서 결제한도를 지키지 않으면 등급을 내주지 않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업계 의견에 귀 기울여야

특히 이 문제는 성인 자율권 침해와 함께 결제한도 제한이 없는 모바일게임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와 업계는 지난해부터 성인게임을 대상으로 결제한도 상향 혹은 완전 자율로 규제를 개선하려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도 장관이 주문한 규제개선협의체를 통해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지는 등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여기에 자체등급분류제도 조기에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공모를 실시해 지지부진한 자체등급 분류 시스템을 자리 잡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들을 비롯해 카카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같은 플랫폼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 심야 게임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개선은 일단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인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임명으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체들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6년 동안 셧다운제 시스템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당장 없애지 않아도 큰 부담이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셧다운제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된 상황이다.

물론 문화부와 업계는 최종적으로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산업의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상징적 규제가 셧다운제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해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도종환 장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부가 게임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여가부나 보건복지부 등의 이슈에 끌려다니며 산업을 제대로 보호하지 도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부는 그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외부의 질타와 규제에 대해 수동적인 입장을 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최근에 논란이 된 확률형 아이템 이슈까지 문화부가 먼저 나서서 이를 주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문화부가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이다.

# 정부 내에서 정책 주도권 잡아야

여기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롭게 출범한 이후 모바일과 가상현실(VR) 분야를 주도하면서 문화부와 중복되거나 관련된 과제나 많아져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VR게임 분야를 예로 든다면, 문화부가 올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VR예산을 별도로 편성했는데, 미래부도 VR사업 범주에 ‘VR게임’ 항목을 추가해 이에 대한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도 장관이 문화부 산하기관들의 역할을 다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게임산업 진흥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게임을 분리시키는 방안 등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고, 이 같은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개선안을 제출하겠다는 단체들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도종환 장관의 경우 취임 9일 만에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판교로 가는 등 그 누구보다 게임산업 육성과 지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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