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가 요즘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자율규제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룰을 정해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용자 편의 보호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율 규제를 외치고 있는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기업을 공개한 상장사란 점이다. 이들은 규제가 완화되면 게임 수요가 증가하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그리 틀리지 않는 전망이라고 본다.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 게임 수요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었지만, 그 규모는 더 이상 늘지 않고 오히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럴 경우 시장 부양책은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해서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시장은 혼탁해 질게 뻔하다. 게임에 대한 사행, 폭력, 중독 등 태생적인 문제점이 또다시 사회에 점화될 것이고, 그런 위험한 상황이 도래하면 위정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다 이야기’사태를 연상하며 철퇴를 들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 게임계는 지금 자율규제 조기 시행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 자율 규제를 시행 또는 확대하게 되면 게임계는 결단코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마디로 게임계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있다는 건 딱하나, 비즈니스 툴 뿐이다. 산업에 문화가 있지 않고, 그 같은 문화가 없으니 종사자들의 정체성 또한 있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역사 의식 조차 없다. 제도권에서 이같은 집단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줄 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제도권에 위안과 위무를 안겨주는 것은 게임계의 외화 벌이다. 지금도 게임 장르는 영화, 방송, 음악 등 경쟁 장르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쟁력을 발휘하며 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게임 산업은 그 존립 자체를 위협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사회 일각에서는 게임계를 향해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게임을 개발하지 말고 사다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황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궤변들이 상당수 반 게임인사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형적인 게임산업 구조를 잉태한 1차적 책임은 두말할 것 없이 게임 메이저를 비롯한 게임 상장사라 아니할 수 없다. 기업을 공개했다면 사회공헌 등 여러 방식을 통해 기업 로열티 또는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오직 게임만 내세우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자신있게 아니다고 말할 기업이 과연 몇 개사나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의 이름은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게임은 일정 기간 선도가 떨어지면 수명을 다하게 되고, 이내 곧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지고 만다. 그럼에도 영업이익과 순익만 따지고 있다.

무려 28개사에 달하는 게임 상장 기업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투자자들에게 변변하게 기억되는 기업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같은 사실은 게임 상장사 스스로 불만 켜면 달려 드는 불나방역만을 자임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누구를 위한 몸부림인가. 상장기업은 이미 공적 기업인데 말이다. 순기능은 제쳐두고, 역기능에 가까운 짓거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엔 자율 규제란 차에 올라 타겠다고 아우성이다. 말 문이 딱 막힌다. 이 차는 눈을 감고 봐도 제동력이 의심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차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두들 이 차에 오르겠다는 건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 좇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밤에 날아 다니는 불나방에겐 불만 보일 뿐이다. 이런 기업들에게 게임산업의 모든 걸 맡겨둘 수 없다. 시장이 어떻게 굴러 가는지, 산업이 어떤 모양새로 세상에 비춰지는지, 앞으로 가든지, 뒤로 가든지 상관 없다는 식으로 이기심만 드러내는, 그렇고 그런 이들에게 게임산업의 운명을 내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건 습관화 돼 있는 그들의 무임 승차를 인정하는 꼴이다. 자신의 책무와 의무는 도외시한 채 오로지 돈만 좇는 그들을 위해 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자율 규제란 차에 말 그대로 가볍게 승차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측면에서 업계의 자율규제는 차등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하고 기업의 품위를 지키며, 게임 문화의 씨를 뿌릴 줄 아는 기업부터 자율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그렇게 해야 게임계에도 게임의 역사가 기록되고, 게임의 문화가 피어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야만 사회의 눈초리를 의식하고,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제도화하지 않으면 그들은 결단코 사회와 소통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산업을 키우기 위한 밑가지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저 자신의 주머니에 돈의 많고 적음만 따지고 살아온 게임 상장사들은 이번 자율규제 시행을 앞두고 자성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기업 상장이 오직 자신의 노력의 공에 안겨주는 샴페인이라고 믿어 왔다면 그건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제도권은 당신들에게 기업 상장을 계기로 또 하나의 사회적 역할을 부여한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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