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자율규제 자리 잡으려면…일각에선 속도 빠르다 문제제기

게임업계가 게임 결제한도와 확률형 아이템 등의 자율규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선 유저와 학부모 등 사용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경제논리에 의해 게임산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게임업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서두르거나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는 웹보드게임과 게임등급심의 시스템 등이었다. 이에대해 게임업계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자율평가위서 관리?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 이에따라 정부와 업계는 올해 더 강력해진 자율규제안을 시행키로 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중심이 돼서 7월부터 시행키로 한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확률정보 공개 방식 개선 및 희귀 아이템 추가 ▲확률형 아이템 결과 제공 등에 관한 준수사항 신설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통한 사후관리 강화 등이다.

유저들의 관심이 높은 확률정보 제공방식에 대해서는 개별 확률 또는 등급별 확률을 공개토록 했다. 특히 등급별 확률을 공개하는 경우 희귀아이템의 개별 확률 또는 출현현황을 공개하거나 일정 기준에 도달한 유저에게 희귀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의무화된다.

여기에 자율규제 이행 현황을 감독하고, 사후 관리할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6명의 평가위원도 위촉했다. 평가위원회는 자율규제 준수현황 모니터링 결과와 유저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자율규제 강령을 지속적으로 보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협회는 확률형 자율규제 강령을 통해 투명한 게임 운영과 신뢰감 회복, 게임생태계 복구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제적인 조치를 통한 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인 자정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율규제 강령 공개 이전에도 협회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정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번에 보다 강화된 자율규제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자율규제 강령의 핵심에 대해 세분화된 아이템 확률의 공개와 사후관리 강화라고 평가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지만 자율 규제 수준은 북미와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제보다도 높은 기준과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 정치권과 소통 노력

협회는 또 내달 중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적용 중인 결제한도 규제를 자율규제로 전환키로 했다. 한 달에 50만원으로 제한된 온라인 게임 결제한도는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성장동력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따라 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논의를 해 왔다.

결제한도 자율규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선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될 예정이다. 자율규제 결제한도는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데 한도금액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도를 줄이고 문제가 없다면 한도를 높이는 식으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이밖에 게임산업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협회는 지난 2년간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웹보드 게임 규제 완화 등의 결과를 도출한 데 이어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으로 정책 수립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협회는 정부나 정치권과 적극 소통해 게임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을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계속 자율규제 항목을 늘려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및 온라인게임 결제한도의 자율규제를 시작으로 자율규제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게임이 관리대상이 아닌 어엿한 문화산업이자 높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이같은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학계나 정치권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가 경제논리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현선 명지대학교 (행정학)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게임 콘텐츠 생태계 진단과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규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췄다.

그는 “업체가 자율규제 등의 자정 활동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유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율 규제가 시장 방임에 가까운 전면 폐지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 또한 새로운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에서는 게임업계의 움직임이 너무 조급하고 빠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자율규제 도입 이전에 진행돼야 할 정치권 및 소비자들과의 소통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자율규제만을 외치며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규제의 취지와 목표인 ‘게임 생태계 복원’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지만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게임업계가 경제적인 목표에만 매달려 산업계가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게임이 복합문화 콘텐츠산업이라고 말하면서도 문화산업으로서 어떤 성과를 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는 제대로 설명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억대 규모의 대대적인 마케팅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많지만 사회에 대한 기여나 문화적인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과거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됐을 때나 ‘4대 중독법’이 발의됐을 때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규제를 반대했던 유저들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서는 법적 장치를 통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자율규제 추진보다 소통과 이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산업 발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정부의 진흥 정책 아래 업계가 자율규제를 통해 정화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라며 “게임업계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필두로 하는 자율규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유저와 시민단체 등과 소통하고 협의하는 등 상호이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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