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전반에 뿌리깊게 퍼져…개발환경 획기적 개선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최근 한 기업을 통해 불거진 '크런치 모드' 에 대해 업계의 갑론 을박이 치열하다.  한편에서는 개발 기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측의 일방적인 요구라면서 수용 불가의 입장을 표명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적 불명의 게임계 노동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크런치 모드'란 야근과 특근을 일정기간 동안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하우스에서 쓰는 용어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크런치 모드'에 진입하게 되면 하고 싶지 않아도 야근과 특근을 해야 한다. 대신 회사측은 이에따른 각종 제 수당과 성과급을 지원하게 된다.

논란의 불씨는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야근과 특근이다. 개발자들은 이에 대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회사측에서 일정기간을 정해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의 사정은 다르다. 일단 개발 기간 내에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은 회사측 보다는 유저들과의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차일피일 개발을 미루다 개발 기간이 임박해서 속도를 낸다는 것. 이럴 경우 업무 환경 등을 따질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게 게임개발사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위메이드아이오의 경우 '크런치 모드' 기간이 다른 기업들의 그 것보다 2~3개월정도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측은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측은 특히 모드기간 설정보다는 직원들의 수당과 혜택 등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부양안이 엉뚱하게 모드 기간만 부풀려져 알려짐으로써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일자 실행이전 단계에서 거둬 들였는데도 '모드'논란이 빚어졌다는 것.

문제는 이같은 '크런치 모드'가 게임업계에선 거의 상설화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게 개발자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이번 일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를테면 특정 기업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게임업계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일부업체에서는 '크런치 모드'를 통해 지급하기로  한  야근 및 특근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 등 사측 횡포도 적지 않다는 게 일부 개발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개발 환경 자체를 밑바닥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합리적이고도 비효율적인 개발 프레임을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한국 영화 제작시스템이 지금의 게임개발 환경과 유사하게 겹쳐진다"면서 " 일정 개발 기간내에 업무를 수용하지 못하면, 다음단계의 개발 프레임을 멈추도록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 또한 거둬들이는 등 개발 업무 환경을 시스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에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게임 개발 기간을 지양하고, 추가 콘텐츠 개발을 위한 기간을 늘려 주는 등 개발자들의 요구를 대폭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이란 상품의 특성이다. 게임은 마치 생선과 유사하다. 선도가 떨어지면 아무리 작품이 뛰어나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발사들이 개발 일정을 서둘러 당기고, 대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일부 개발자들의 경우 게임이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마치 태업에 가까운 행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문제점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이들을 제재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게 게임회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는 다르게 이젠 성과 중심의 시스템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면서 "개발 환경 개선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시점에 서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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