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사교육 너무 지나쳐…게임개발에 대한 흥미가 우선

게임계를 포함한 IT업계의 최근 관심사항은 산업 분야가 아니라 교육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코딩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부문을 국어나 수학처럼 교과 과정에 포함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코딩교육 의무화는 내년 전국 중‧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초등학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렇게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는 갑작스러운 코딩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선행학습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코딩 선행학습의 경우, 사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과 과외는 물론이거니와 ‘코딩 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작년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의 붕괴 이후 웹툰 시장이 다시금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자, 강남가 학원을 중심으로 웹툰 전문 학원이 생겨나 논란이 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것보다도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관점 아래 코딩 조기교육을 어려움 없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학부모와 교육자들의 마인드는 기가 찰 지경이다. 게임 개발 직군에 있어 가장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분야가 프로그래밍이며 그 시작이 바로 코딩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기 코딩교육 열풍은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프로그래밍 교육, 특히 코딩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터뷰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확산됐다. 특히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통해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 교육 환경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사교육 기관들은 코딩 조기교육 홍보와 관련해 입시전형에 반영이 돼 특목고 입학, 대학 입시에 필요하다는 과장광고와 함께 게임업체들의 실적을 예시로 들며 학부모들을 코딩교육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복합 문화 산업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하나만 잘 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게임 개발에 있어 코딩과 프로그래밍 분야는 없으면 안 되는 중요 부분인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코딩만을 할 줄 안다 해서 게임을 실질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국내 IT산업 전체를 보면, 프로그래머들의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프로그램과 시장 트렌드에 최적화된 새로운 인재가 계속해서 시장에 유입되면서 인력 이동이 어느 직군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코딩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조기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이같은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프로그래머는 게임 산업 직군 중 가장 많은 노동량을 소화해야 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허황된 이미지만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단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관련 분야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게 될 아이들이 얼마나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급변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코딩 조기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 개발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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