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누구의 책임인가…역사 제대로 배우는 게 우선

최근 게임계의 화두는 게임산업을 다시 살려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얘기를 뒤집어 보면 게임 산업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형편이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일게 분명하다. 또 그런 소리가 나오는 또 다른 뒷 배경에는 선거철이 다가 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대선을 향해 뛰는 후보자들에게 선심성 공약이라도 받아볼 심사로, 이같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지 않는가 싶은 것이다. 결코 들여다보지도 않는 이들에게 선거철이 다가 왔다고 외쳐본들 우리 처지를 알아줄까 만무하지만, 오죽하면 그들에게 그런 소리라도 하려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까지 미치다 보면 게임계가 정말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게임이란 테마가 정치인들에겐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메뉴일 수는 있을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예상외로 게임계 인사들의 몸값이 치솟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치인들에겐 게임이 지식산업의 코어가 되고, 콘텐츠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하니까 그들의 치장용 또는 장식용으로 이보다 더 한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였을까. 이 명박 전 대통령도, 박 근혜 대통령도 과거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게임에 대해 더 없는 애정을 표시하곤 했다. 그러나 자신의 대권의 꿈을 이룬 후에는 태도를 싹 바꾸었다. 대못을 빼 주기는 커녕 대못을 찾아 박듯 했고, 창조 경제의 핵심으로 게임 정책을 입안하겠다는 원대한 육성 계획은 국정 농단이란 이름으로 먹칠을 하게 됐다.

정치인과 변호사의 말은 결코 믿지 말라는 미국 속담이 그냥 전해져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과 척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제도권 진입이 절실한 게임계의 처지를 놓고 보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게임 정책이 오락가락 해도, 규제의 대못 질이 수 없이 가해져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을 닫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게 지내 온 것이 지난 10년의 세월이다. 그 고단한 삶을 겪어 온 대한민국 게임계는 지금 악전 고투중이다.

시장 판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었고, 업계의 역학 구도는 예전과 판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견기업이란 이름의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 흥행시장의 스테디 셀러 작품이란 개념도 이젠 더 이상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벤처의 씨앗 조차 찾기 힘들어졌다. 수출 시장은 또 어떠한가. 최대 시장인 중국은 별의별 장벽을 다 쳐놓으며 한국 게임업체들의 진출을 막고 있으며, 동남 아시아 지역은 어느 틈에 불쑥 커 버린 중국과 일본 게임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해서 기업 덩치를 키워보자며 달려들긴 하지만 , 그 마저도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또 20여년의 온라인 게임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과거 그때나, 지금이나 게임에 대한 그 부정적인 시각은 매 한가지로 차갑기만 하다. 여전히 사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폭력성과 중독성은 여론의 표적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태생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가혹하고 모질다. 한마디로 게임계에 대한 사회의 사시적인 시각이 눈꼽만큼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만 알고, 오로지 게임만 바라보며 살아 온 죄가 크다. 그렇다. 게임 산업은 게임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거기에 인재가 모여야 하고, 산업에 걸맞은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며, 제도권과 호흡을 맞춰 나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계는 그렇지가 못했다. 게임업체는 있었으나 업계의 정신은 없었고, 게임계의 시스템이라곤 달랑 유통 구조 밖에는 더 없었다. 제도권과의 소통은 거의 막혀 있다 할 만큼 단절돼 있었다. 이같은 시장 구조를 사회의 눈으로 바라보면 게임계는 게임 판을 차려 놓고 그 판돈만 긁어모으는 수전노의 집단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게임인이라면 게임 뿐 아니라 게임 산업을 알아야 했다는 것이다. 게임만으로 굴러가는 시장은 한쪽 바퀴로 굴러가는 기형적인 수레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산업을 공부해야 했다. 게임의 역사부터 바로 살펴보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대한 시대의 역사성을 잊지 말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그 많고 많은 게임 학과 중 게임 산업론을 커리큘럼에 넣고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 이는 산업의 계보조차 꿰지 못하는 이에게 오로지 코딩 기술만 가르치는 격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놓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정치인에게 화살을 돌릴 것인가, 아니면 정부에 뭐라 할 것인가. 그 때 게임인 당신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일각에선 ‘게임 5적론’을 들먹이며 게임계를 망친 이들을 언급한다. 이른바 국내 게임 5대 기업을 지칭한 것인데, 이들은 판만 깔아놓고, 돈만 긁어갔다는 것이다. 시장을 위한 판은 키워 놓긴 했으나 산업을 위해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산업은 역사다. 미천한 역사에 그마저도 그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까 제도권의 사람들이 게임계를 깔아 뭉기며 내려 다 보는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게임만 보지 말고 산업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 첩경은 게임의 역사를 공부하는 길이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고, 내일의 10년을 기약할 수 있다고 본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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