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횡 일삼아온 차은택라인 정리해야…그 이후 앞을 향한 추진력 생길 것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해온 최순실의 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려온 차은택의 전횡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특히 그가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무소불위의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언과 자료들이 드러나며 문화계 인사들은 그야말로 참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순실, 차은택의 권력형 전횡은 문체부의 고위 공무원 인사와 한콘진의 임원 인사에까지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 씨 측이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회사를 강탈하려는 시도에 송성각 전 한콘진 원장이 가담했음을 입증하는 녹취록이 공개된데 이어 차 씨가 자신에게 문체부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고 주변에 얘기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세 사표를 제출했고 이 사표는 즉각 수리됐다. 그는 차 씨의 홍익대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취임한 지 넉 달 만인 2014년 12월 차관급인 한콘진 원장으로 임명됐는데, 차 씨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송 전 원장은 제일기획 상무 출신으로 차 씨에게 휴대전화 광고 제작을 의뢰하는 등 업무상 편의를 제공하며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차은택이 문체부와 한콘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 조윤선 장관은 “의혹이 불거진 정부 문화사업에 대해 법령 위반 및 사익 도모등을 엄밀히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사업들에 대해선 과감히 정리하는 등 법적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도 송성각 전 한콘진 원장 등 3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으니 이를 통해 사실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일들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자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일 손을 놓고 있고 한콘진 역시 원장이 공석이 되면서 모든 사업이 올 스톱된 상황이다.

외국 업체들의 안방시장 공략과 시장 흐름의 변화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한 해를 총 정리하며 결실을 나누는 축제의 장인 ‘지스타’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게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체를 강타한 최순실-차은택의 충격이 너무 큰 것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린에선 지금의 암담한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는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늘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독백으로 끝이 난다.

지금의 이 위기상황은 분명 게임인이나 문화인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가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은 네 탓이니 내 탓이니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힘을 합치기 위해선 전제돼야 할 조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시작으로 최순실과 차은택,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이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리작업 없이 ‘너희가 알아서 잘 극복해 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네 탓'이라 할 수는 있다.

검찰에 출두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최순실의 태도를 보면서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언제까지 이 대한민국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이권에만 집착할 것인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그들이 책임을 진 다음에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후에야 앞을 향해 전력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이 나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 모든 일들의 원인과 결과가 명백히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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