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바꿔놓는 일이 급선무…문화ㆍ인프라 확산에 투자해야

김 정주 NXC 회장이 현업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근 넥슨 의장직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김 회장의 동선이란 게 업계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고, 기껏해야 가끔 그가 등장하는 ‘단골 신문’에 인터뷰 형식으로 자신의 소식을 전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현업 은퇴 선언이 업계에 새삼스러운 일로 받아 들여 지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NXC란 지주 회사 산하에 무려 114개 게임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고 이들은 김 회장의 지휘아래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그의 퇴진에 따른 넥슨 그룹의 경영공백은 예상외로 크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상과의 소통 방식으로 유일하게 사용해 온 ‘단골 신문’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 아니었지만 그 것은 마치 피해 갈 수 없는  원죄와도 같은 것이었기에 사건 전말이 드러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김 회장이 아니라 진 경준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애초부터 과녁은 김 회장이었는데, 그를 잡기위한 그물에 진 경준이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 만큼 언론에 대해 기피 증세를 보이는 인물은 없다. 업계의 또다른 거목인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알러지를 일으킬 만큼 예민형은 아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그렇지가 않다. 매우 낯을 가리는데다, 달변이지만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고 말에 군더더기가 많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인해 괜한 오해를 사게 된다는 것. 이같은 김 회장의 미숙한 자기표현 방식은 언론 기피증의 한 요인이 됐다.

그는 초반, 진 검사장 사태가 일어났을 때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이 서서히 부각되면서 자신이 조연급이 아니라 주연급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한다.

진 검사장 사태에 대한 그의 언급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 막바지에 측근과의 대화 내용이라면서 들려온 말은 진 경준에게 정신적 강간을 당한 느낌이 든다는 얘기였다. 이를 미뤄 짐작하면 믿었던 친구에게 너무 흉측하게 농간을 당했다는 뜻으로 들려온다. 이는 믿었던 사람에게 그 속셈을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당했다는 것인데, 검찰측은 이에 대해 김 회장의 변명으로 여기는 것 같다.

진 검사장 사태와 관련, 김 회장의 결백을 누구보다 끝까지 믿었던 사람은 솔직히 다름아닌 필자다. 필자는 본란의 칼럼을 통해 그가 결단코 그 따위의 뇌물을 줄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그의 처신을 비춰 볼 때 필자는 그가 선의의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곤 세상 사람들이 괜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치밀한 계산에 의해 주도된 일이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은 시뻘건 가면을 쓴 파렴치한 인물이었을까. 그는 진 검사장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자 이내 이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요지는 “법의 판단과는 별개로 평생 이번 잘못(진 경준 사건)을 지고 살아 가겠다”는 것이고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규범)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이 발표한 사과문 내용을 놓고 보면 그의 심정을 두 가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이번 진 검사장 사건의 피의자로서 법과 현실을 피해 가지는 않겠지만 의도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세상의 정서를 너무나 몰라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을 만들게 됐다는 점이다. 과거, 막말 파문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조 영남이 하던 말과 아주 유사한 맥락이다. 조 영남은 막말 파문 이후 방송 정서와 방송에서 써야할 언어를 잘 몰랐기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는데, 방송가에서는 이를 두고 조영남이 자기변명을 방송계 언어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그를 힐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모든 직에서 사퇴하며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은 이같이 에둘러 말하는 그의 표현 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진 검사장 사태를 키운 것도 그의 말본새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그로인해 아군이 될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적과 아군이 될 사람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제 김 회장 손에 주어진 건 게임 산업과 사회 공헌을 위한 결자해지의 용단과 과제들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넥슨을 김 회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명실공한 국민기업으로 바꿔 놓는 일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 일이 급선무인 까닭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기 보다는 게임의 재미와 함께 놀이 문화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산업 문화의 양태를 넥슨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또 한가지는 그동안 넥슨이 기업의 외연 키우기에만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문화 확산에 주력했으면 하는 것이다.

넥슨은 사실 절반의 성공만을 취한 기업이다. 오로지 게임과 유저 풀 확산에만 매달려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젠 게임 문화 확산과 산업 인프라 구축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때란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나머지 절반의 성공이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데에만 혈안이 돼 투자처를 찾을 게 아니라 돈을 잃는 곳을 찾아 더 많이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넥슨뿐 아니라 게임계의 운명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월리엄 하긴보섬은 게임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깨끗이 포기했다. 엄청난 재산을 치부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욕심을 취하지 않았다. 오로지 인류에게 게임이란 놀이문화를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김 정주 회장은 우리 게임계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구차한 변명만 안겨주고 떠날 것인가.

[모인 더게임스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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