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회장이 등기 이사직을 사퇴함에 따라 넥슨의 경영행보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띨 전망이다.

 위기에 빠진 넥슨호 어디로 갈까?

 김 회장 퇴진 충격파 '확산'…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급선무

 

김정주 NXC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게임업계의 공룡 넥슨호에 빨간 등이 켜졌다.

NXC는 일본 넥슨의 최대 주주이며 한국 넥슨은 일본 넥슨의 자회사다. 이러한 출자 연결고리를 감안치 않더라도 김 회장이란 인물의 퇴진은 그 상징성으로 일본과 한국에 자리 잡은 두 기업의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측은 이미 일본과 한국이 각자 대표를 중심으로 꾸준한 경영 활동을 해 왔다는 점에서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 회장이 누누히 강조해 왔지만 기업경영의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CEO라는 점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넥슨 경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넥슨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 등을 요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직접 자신이 챙겨왔다는 점에서 넥슨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상당히 더뎌지거나 뒤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특히 중국 텐센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넥슨은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기업 넥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상당히 암울한 팩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겠다.

김정주 회장은 회사내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영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러한 그룹내 위계 환경에서 과연 넥슨이 각자 대표 중심의 이른바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어느만큼 경영 실적을 유지해 나갈지는 미지수다.

# 사령탑 빠지면 동력 떨어져

다만, 김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그의 경영스타일 상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검찰측에서는 김회장에 대해 어떤 식으론 불이익을 안겨주고 말겠다는 입장 아래 별도의 기업비리 수사팀을 구성, 김회장측을 압박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김회장과 넥슨측이 이번 사과문 발표와 김회장 퇴진으로 위기 상황을 봉합하려 할 게 아니라 기업의 사회 환원 등 제도권에 보다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넥슨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넥슨에 대한 기업 로열티는 창업 20년만에 최악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1월 ‘메이플스토리’ 해킹사태 이후 최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서민 대표의 퇴진 여론에도 김 회장은 이를 무시한 채 그를 계속 기용했다. 이 상태로 가면 넥슨이란 브랜드로 기업 활동이 계속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게임은 어린이들에겐 꿈을 심어주고 청소년들에게는창의력과 미래의 포부를 안겨주며 젊은이들에겐 내일의 희망을 안겨주는 콘텐츠인데, 그 대표 콘텐츠 기업의 수장이 기업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영어의 몸이 된다면 누가 게임을 통해 꿈을 실현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이번 진경준 사태로 인해 드러난 김회장의 어두운 모습으로 인해 게임업계의 이미지마저 크게 손상됐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게 됐다.

김정주 NXC 회장.

# 존경받는 벤처인서 추락

김정주 NXC 회장은 게임개발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넥슨이 만든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수많은 작품을 즐기며 자랐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성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회장은 지난 달 29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날자로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저는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며 “법의 판단과 별개로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오늘부로 넥슨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며 “앞으로 넥슨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꿈꾸었던 미래지향적 기업과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추락을 바라보며 게임인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깨끗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이번 일로 돌이킬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사과문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으로 앞으로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에 따라 김 회장의 처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을 수사 중인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을 넥슨으로부터 주식과 제네시스 승용차 등을 수수한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공무집행방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 된 것은 첫 사례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 이어 김정주 회장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김 회장은 2005년 6월께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하는 종자돈으로 쓴 넥슨의 비상장주식 매입 대금 4억 2500만 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 주식으로 얻은 이득이 순수한 투자 수익이 아니라 김 회장과의 오랜 유착 관계 속에 뇌물로 챙긴 주식으로 얻은 불법 수익으로 결론 내렸다.

진 검사장이 2005년 6월 넥슨으로부터 주식 1만 주를 넘겨받은 것과 2006는 11월 넥슨재팬 주식 8500여 주를 산 것, 그리고 2008년 3월 넥슨으로부터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은 것을 연속적인 뇌물수수로 판단해 포괄일죄를 적용했다. 또 진 검사장이 2005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김 대표로부터 11차례 걸쳐 가족 여행경비 5000여만 원을 받은 것도 포함시켰다.

검찰은 또 넥슨의 배임 등 기업 비리와 관련해서는 특임검사 활동이 종료된 뒤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에서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 브레이크 없이 달려 문제 야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넥슨 뿐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업계가 한 때 성공한 벤처 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원로는 “그동안 게임업계는 오로지 액셀레이터만 있을 뿐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차와 같았다”면서 “그로인해 나타난 게 다름 아닌 이번 진경준 커넥션”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로는 “메이저들이라고 하면 시장을 지키고 정상화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더 문제만 일으키고, 논란만 야기시켜 왔다”며 김 회장의 기업 비리와 넥슨의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꼬집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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