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 수조원 들여 싹쓸이…'규모의 싸움'서 밀리면 도태

세계 게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과거엔 수천억원대의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수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기업들의 합종연횡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 규모의 경쟁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는 것을 중국 게임업체들이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자국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거듭해왔고 이제는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성장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넷마블게임즈가 인수전에 참가한 소셜 카지노 업체 ‘플레이티카’가 44억 달러(한화 약 4조 9000억)에 중국 컨소시엄으로 넘어갔다. 이 회사를 인수한 중국 컨소시엄은 쥐런왕뤄(巨人網絡, 자이언트 네트워크테크놀로지)가 주축으로 마윈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회장이 설립한 윤펑캐피털 등 11개 업체가 속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이 회사의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중 3조 원가량을 국내 기관투자자를 통해 조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플레이티카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소셜 카지노 업체로 지난해 7억 2500만 달러(한화 약 8022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4억 5600만 달러(한화 약 5045억)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M&A 이전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 텐센트가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흥행을 주도했던 슈퍼셀을 86억 달러(한화 약 9조 9159억원)에 인수키로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가벼이 여겼던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수천억 단위를 넘어 조 단위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업체들의 위기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처럼 거대 업체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위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압도적인 격차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중국 업체들의 M&A 성공사례를 지켜보며 우리들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노력은 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힘을 합쳐 글로벌 게임업체들 인수하려 했던 적도 있었고 넷마블이 수천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 도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냉정히 돌아다보면 우리 게임업체를 바라보는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국내 시장에서 제 아무리 1, 2등을 다퉈봐야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린애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게임계가 크게 좌절하고 이 자리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 무서운 ‘규모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게임업체들의 힘만으로 안된다면 IT업체나 금융기관의 힘을 빌어서라도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도도한 물결에 밀려 저만치 뒤떨어질 것이 뻔하다.

아쉬운 것은 삼성이나 LG처럼 세계 시장에서 1, 2등을 다투는 게임업체가 왜 나오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 시장이나 중국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안주하고 있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정말 원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꼭 게임업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게임분야가 아니라도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의 성장을 내다본 대기업이라면 과감히 수 조원을 투자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경제는 그동안 반도체, 휴대폰 등을 성공시키면서 확대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은 바뀌게 될 것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이야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이다. 우리도 어서 인식을 전화하고 글로벌게임 업체로 도약해야 한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선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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