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조와 흐름에 맞지 않아…뒤떨어진 개발환경 개선 시급

최근 모 매체에 ‘라면 정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관련 글을 정리하면 무한 경쟁사회에서 성공방식만 쫓아갈 것이 아니라 모험을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물론 글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은 비슷한 게임들이 양산되는 트렌드 과부하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카피캣 수준의 작품들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을 지적하면 언급한 ‘라면 도전 정신’은 전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완하거나 포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업계 종사자들 중 과장급 이상 라인이라면 대부분 ‘라면 도전 정신’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몇몇 분들은 라면 정도가 아니라 시리얼에 박카스를 말아 먹는 극한의 상황에서 게임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어렵던 시절을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이런 열악한 환경은 결코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게임에 대한 개발 환경은 쾌적할수록 좋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수많은 스튜디오와 명작들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층과 장년층과의 대립에서 나오는 문제점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과 5공화국 시대를 겪었던 장년층은 세상이 살기 편해졌다는 말로 청년층을 압박하지만, 현재 청년층에게 그런 부분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청년층은 장년층이 당시 겪을 수 없었던 극한 수준의 취업난과 가계부채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5공화국 때보다 열악한 현실에 직면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간과한 채 젊은 사람들이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꼰대감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게임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 환경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현재도 야근과 열정페이급 임금으로 열악한 환경을 이어가고 있으며,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분쟁 절차에 들어간 사람 역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라면 도전 정신’만을 언급한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현 구조와 시장 흐름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본다면 이런 표현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게임 흥행 실패가 곧 사업 실패와 기업 존폐 여부로 이어지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단순히 개발사와 개발자에게 독창적인 게임 개발만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개발자들이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국내 시장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해외 시장에 특화된 게임 개발을 주문했다면 개발자들은 수긍을 했을 것이다. ‘라면정신’을 언급하면서 예로 든 중국 텐센트 역시 중국 시장과 해외 시장에 대한 전략을 전혀 다르게 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다.

국내 게임 산업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높은 개발 완성도, 빠른 개발 진행 속도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소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할 만큼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헝그리 정신을 언급하기에는 국내 게임 개발 환경은 아직 90년대 개발 초창기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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