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3.0 추진 4년차를 맞아 그간 성과물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부 3.0 국민체험마당’이 열렸다.

일방향, 쌍방향을 넘어 각 개인별 맞춤 행정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아낸 정부 3.0 축제는 마치 게임전시회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부가 가상현실(VR) 시장 선점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러 부처들이 VR기기를 활용한 체험 행사를 마련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전문 게임업체들의 콘텐츠와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겉모습만 보기에는 마치 VR 게임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특히 방위산업청의 경우 전통의 아케이드 사격 게임뿐만 아니라 박격포와 같은 중화기에 VR 기기를 결합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슈팅 게임에서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것으로 오히려 어느 게임쇼 못지않은 과감한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VR기기와 비등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탑승형 시뮬레이터 및 체감형 기기였다. 농촌진흥청이 준비한 대형 농기계를 운전하는 시뮬레이터는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파밍 시뮬레이터’와 접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시민건강 및 복지생활을 추구한 자전거, 보드 등의 체감형 기기들은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가 도입된 것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아예 닌텐도 기기를 놓고 올림픽 스포츠 체험 행사를 마련한 부처도 있었다.

게임을 주무부처로 삼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전 문화에 대한 가치 찾기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문체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디지털 문화유산 프로젝트’ 일환으로 ‘테트리스’처럼 전통 건축물 ‘공포(栱包)’를 쌓는 게임을 개발했으나 여건 상 책자를 통해 소개하는데 그쳤다.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경기도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게임창조오디션’에 대한 설명과 수상작인 집연구소의 ‘코즈믹 온라인’ 영상을 상영하는 비교적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채웠다.

이밖에 보건복지부의 국립정신건강센터 부스에서는 ‘게임만하는 우리 아들 괜찮은 걸까요’를 정신건강 서비스 대상 상담 사례 중 하나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억지로 꼬투리를 잡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앞서 복지부의 행보를 생각하면 게임에 대한 인식변화는 크지 않은 듯 했다.

이처럼 정부가 모처럼 국민들과 정책적으로 소통하려 했던 행사는 전체적으로 게임과 거리가 멀었던 부처들이 게임을 더 잘 활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 정작 게임을 자랑거리처럼 내세워야 할 곳들의 행보는 아쉬움이 컸다.

마치 게임이 남 좋은 일만 실컷 하다 실속도 못 챙기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물론 게임을 통해 더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좋지만 게임의 긍정적인 모습이 더 잘 드러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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