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원하는 방안 수용 안해…언제까지 성인을 통제하려나

[데스크칼럼] 게임업계가 정부의 대표적인 과잉 규제로 손꼽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청소년보호법’의 ‘셧다운제’고 다른 하나는 성인들의 온라인 웹보드게임의 이용을 제한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상의 관련 시행령이다.

이 두 규제가 시행된 이후 업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고 웹보드게임 규제도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그런데 업계는 특히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에 대해 불만이 크다. 정부가 생색만 내면서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안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개선안의 골자는 월 이용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월 이용한도가 60% 이상 늘어났으니 크게 선심을 썼다는 것인데 업계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이용자들이 온라인 웹보드게임에서 떠나게 된 이유는 하루 이용한도가 3만원으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함께 플레이하고 싶은 상대를 지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같은 업계의 요구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업계는 웹보드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재미’를 없애 놓고 파이만 키워준다고 활성화가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사람들은 기분에 좌우되는 경향이 높다. 어느 날은 게임에 푹 빠져 있다가도 어느 날은 전혀 게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노는 것 보다는 아는 사람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큰 재미를 준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요소를 쏙 빼버린 채 ‘전체 파이를 키워줬으니 그만 떠들어라’고 한다면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다고 본다. 바로 정부가 나서서 성인을 대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규제보다는 자율에 맡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대신 선을 벗어났을 때는 가차 없는 처벌이 가해진다.

정부가 성인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는 사이에 그 반대편에서는 불법 도박게임들이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도박게임의 시장규모가 연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요즘에도 잊을 만하면 사회면 뉴스로 불법 온라인 도박게임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들이 검거됐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경찰에 적발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을 보면 극단적인 표현으로 ‘정부가 성인들의 놀이문화를 양지에서 음지로 몰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성인용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놓는다 하더라도 일부 성인들은 불법 도박의 유혹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불법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게임을 통해 승부욕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2월 웹보드게임 규제가 시행된 이후 주요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로인해 게임업계 전체가 된 서리를 맞았고 선순환구조가 망가졌다. 큰 업체들이 수익을 거둬들여 작은 업체들의 개발에 투자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하는 등 게임업계 전체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중요한 수익원이 막힘으로써 이러한 흐름이 멈춰버린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요 웹보드게임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비게임사업에 손을 대는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계에서 돌아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경제논리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명분과 성과에만 치중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내달 23일부터 웹보드게임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이를 반기는 업체는 아무도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완화인지 되묻고 싶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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