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등 IT거물들 게임 즐겨…청소년들의 문화로 이해해야

지난 2월에 방영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공익 광고는 게임인들의 반발로 몇주 만에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번에 2차 게임 중독 광고를 제작함으로써 또 한번 게임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맨 처음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한 청년 게이머가 등장하고, 콘솔 게임과 PC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 다음 “당신이 진짜 이기고 싶다면, 멈춰라”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하고 춤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여가 생활을 선용하는 밝은 모습이 등장한다. 곧 이어 “당신이 이겨야 할 게임은 인생이니까”라는 계몽적인 문구가 등장하고 마지막에 함께 밝은 표정의 모습으로 Stop it, 중독을 멈추면 일상이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부모님 세대나 우리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광고는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자식들을 훈계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공익광고의 내용은 게임에 대해 엄청난 편견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의 여가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플레이를 단순히 “나쁘게”만 표현된 점, 게임에 몰입해 있는 것을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표현된 점, 게임을 하면 마치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처럼 표현된 것들은 과장의 정도를 넘어 게임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나쁜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기에 게임을 하는 것은 과연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일까. 한국에서 존경받고 있는 미국의 벤처 기업 인물로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있다. 이 두 명의 전기를 살펴 보면, 둘 다 청년 시절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을 하고 싶어서 컴퓨터에 열광했으며 빌게이츠는 그 과정에서 운영체제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브 잡스의 첫 직장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게임 개발사인 아타리였고, 거기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게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 이후 오락실이 아닌 집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용 컴퓨터인 맥킨토시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들의 청년기 인생행로의 중심에는 게임이 있었으며, 게임은 그들에게 사업과 성공의 동기를 부여한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 그들이 존경받고 있는 이유는 사업 성공만은 아니다. 그들은 역경을 딛고 성공하여 컴퓨터 발전에 기여하여 인류의 생산성과 편의성을 크게 증진시켰을 뿐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혁신의 관점에 변화를 주기도 하였다.

며칠 전 페이스북을 창업하여 거부가 된 마크 저커버그는 지분의 99%인 약 52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가 대학 시절 페이스북을 만들었던 동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의 얼굴만 보고 여자를 평가하게 했던 간단한 형태의 게임이었다. 여러분들의 기대와 달리 이 세 명의 혁신적인 사업 성공가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부를 한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대학교를 중퇴했으며 청소년 시절 게임을 즐겼다.

필자도 청소년 시절 당시 불법 오락실이라고 일컬어지던 어둑한 오락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게임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독서량이 뒤지거나 운동량이 뒤지지 않았다. 물론 학업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청년이 살아야 그 나라의 미래가 있는 법이다. 게임을 하는 것을 중독이라는 공포로 위장하여 매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사회에 더 큰 패악을 주고 있는 술, 담배, 마약, 부정부패가 있지 않은가? 인터넷 중독이 두렵다고 인터넷을 못하게 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없앨 수 없다면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기능성 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은 그 대안들 중의 하나다. 그저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활동으로 이해되길 기대해본다.

[윤형섭 상명대대학원 게임학과 교수, 게임학 박사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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