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한 법정 소송은 '특허권 침해'외에는 표절로 인정되지 않는다는게 정설이었다.사진은 코나미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커뮤즈월드의 '이지투디제이'

게임계 잘못된 구태 관행에 '제동'

이대론 안된다는 여론 반영 …재판부,표절작품 서비스 중단에 배상금 지급 판결

 

그동안 법원에서 승소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임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킹코리아가 승소함에 따라 표절을 가볍게 생각해 왔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킹닷컴은 지난 2014년 아보카도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최근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선고공판에서 아보카도 측에 대해 포레스트 매니아서비스 중단과 손해배상금 116811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그동안 저작권 침해소송에 소극적이었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방어하는 일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는 크고 작은 저작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저작권침해에 대해 매우 까다롭게 심사해 소송에서 이기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게임의 저작권 분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이뤄져 왔다. 이는 해당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인 특징을 차용한 것과, 디자인과 콘셉트를 등의 이미지 표절로 구분됐다.

시스템적 표절은 게임의 핵심이 되는 운영방식으로 모바일 퍼즐게임의 경우 많은 게임들이 사용하고 있는 쓰리 매치 시스템이나 레벨 업 시스템, 스테이지 구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미지 표절은 게임의 소재가 되는 배경, 세계관, 캐릭터 특징 등을 따라하는 것이 해당된다.

이전까지 표절 논란의 핵심은 이미지 표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단순한 시스템과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되면서 시스템적 표절 논란이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있었던 표절논란과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과거 넥슨이 서비스했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네오플의 신야구를 예로 들 수 있다. 두 게임은 각각 허드슨의 봄버맨과 코나미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와 유사해 저작권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 이전까지는 승소 어려워

당시 업계에서는 두 게임의 유사성이 뚜렷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이길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두 작품 모두 저작권 침해가 없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서는 게임 방식과 규칙은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이미지 표절 등이 없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경우 아이템과 캐릭터, 맵 등 표현이 봄버맨과 다르다는 이유로, ‘신야구역시 표정 및 신발 디자인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내려졌다.

비단 해외 게임과의 분쟁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간의 분쟁에서도 판결은 비슷하게 나와 저작권 보호가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포트리스2’의 개발사 CCR이 넥슨이 서비스하던 건바운드에 대해 포트리스2’의 규칙과 진행방식, 계기판 등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법원은 포트리스2’의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고, 게임 규칙이나 진행 방식 등 게임 내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저작권을 보호받는 것이 어렵게 되자 게임업계에서는 적당히 표절을 하고 적당히 넘기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만연하게 됐다.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면 패치를 통해 해당 부분을 수정하거나, 판권 계약 등을 통해 해결하는 사후조치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소송 자체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소송 사실만으로 양측 모두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에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봄버맨'과의 표절 논란이 있었던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트'

# 모바일업계 초긴장

이런 가운데 캔디 크러시 사가로 주가를 올린 킹코리아가 새로운 판결을 받아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해 아보카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최근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특히 법원은 아보카도 측에 포레스트 매니아서비스 중단과 손해배상금 116811만 원을 킹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저작권 분쟁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저작권 소송에서의 승소는 모바일 게임 업계로는 최초라 할 수 있지만 전체 게임 저작권 관련 소송에 있어서의 최초는 아니다. 과거 이지투디제이를 개발한 어뮤즈월드를 상대로 코나미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긴 법정공방 끝에 법원은 어뮤즈월드가 코나미에게 117억 원을 배상하고 이지투디제이제품들을 전량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언급한 두 소송은 시스템적 표절이 아니라, 이미지적 표절을 인정해 판결이 내려진 경우였다. 엄밀히 따지면 이지투디제이의 경우는 코나미가 소유하고 있는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판결이 내려진 것이며, 킹 역시 팜 히어로 사가에 표현된 효과와 오브젝트들의 유사성이 인정돼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킹코리아의 저작권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비슷한 소송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향후 저작권 침해 소송은 시스템적 유사성보다 이미지적 유사성에 초점을 맞춰지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 독창성 살리는 계기 삼아야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킹을 필두로 한 외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본격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유쿨과 리리스 게임즈, 리리스 게임즈와 블리자드와의 얽히고설킨 저작권 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모바일게임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작품을 모델로 해 시스템과 재미요소를 차용해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침해 소송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피캣을 통해 급성장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저작권 소송으로 얼룩질 경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카피캣 위주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소한 시스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장르의 특징을 포기할 순 없지만,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 핵심 요소 등 이미지를 표절하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뮤즈월드의 패소 이후 아케이드 리듬게임 시장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었다. 기존 버튼 및 틴테이블 형태를 버리고 터치 스크린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리듬게임들이 시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한가지 트렌드가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저작권 소송 결과를 거울삼아 표절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와 독창적인 작품들을 개발한다면 오히려 시장을 살릴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보다 시장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한다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표절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이번 기회에 인식을 바꾼다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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