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지면서 유혹의 마수도 급증 

전현직 감독선수 관여돼 '큰 충격'…스포트 아닌 마케팅 툴로 전락한 것도 한 요인

 

e스포츠계가 또다시 승부조작이란 암초를 만나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나마 다수의 승부조작 사태를 겪으면서 e스포츠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조치를 취해 조기에 사건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지난 5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같은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e스포츠계가 염원하던 정식 스포츠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보다 확실한 분석과 대책 마련을 통해 승부조작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최근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 돈을 걸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박외식 프라임팀 감독, 최병헌 프로게이머 등 전 현직 프로게이머와 브로커 등 11명을 검거, 1명을 지명 수배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박 감독과 최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승부조작 경기는 모두 5게임으로 SKT 프로리그 시즌1, GSL 시즌1 등 올해 1~6월 사이에 열린 e스포츠 대회 리그전에서 벌어졌다.

# 영구제명 등 강력한 처벌

e스포츠계는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관계자들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협회가 승부조작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세워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터짐에 따라 정식 스포츠종목으로 인정받기 위해 해왔던 활동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승부조작과 관련해 e스포츠 단체인 한국e스포츠협회는 협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사태에 대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박외식 전 감독과 최병현 전 선수에 대한 영구 제명, 영구 자격정지에 이어 검찰 조사 결과 추가로 밝혀진 최종혁 전 선수에 대해서도 영구제명 및 영구자격 정지 조치를 취했다.

협회는 여기에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을 뿌리 뽑기 위해 검찰에 적극 협조키로 했으며, 자체 조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협회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 외에도 다수의 제보를 받은 승부조작 시도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구속이 확정된 박외식, 최병현, 최종혁 등 세 명에 대한 영구제명, 영구자격정지 징계 조치는 물론, 리그 참가 시 작성한 서약 불이행에 따른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모든 민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향후에도 협회 주관 리그에 참여하는 팀과 선수들에게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에 대한 교육을 지속 확대하는 것은 물론, 서약을 받음을 통해서 프로선수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을 송출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관련자의 개인방송 송출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협회는 그 동안 비공개적인 논의가 일부 있었으나,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공식 공문을 발송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IP권자인 게임개발사(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와 공조체제를 확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개인방송을 송출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회의 빠른 대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감독과 선수, 기자 등이 엮인 최악의 사태와 관련해 인맥을 통한 권유와 유혹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승부조작 사태를 돌아보면 나이 어리거나 신인 선수가 아니라,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지도가 있는 선수들이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최병현 선수의 경우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된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와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물론, 일부 관계자들은 열악한 선수들의 복지 환경과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라는 지적도 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같은 논란은 이미 스타크래프트1’ 리그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때에도 언급됐으나 가능성이 적다고 판명 난 바 있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논란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선수들의 복지와 연습 환경이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퇴보하지 않았으며, 나이가 어리다고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는 문제는 이 사안을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e스포츠 시장이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시장이 확대돼 감에 따라 불법 승부조작을 진행하는 범죄자들에게 타깃이 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불법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게 되고, 철저한 단속과 관리를 통해 이러한 불법행위가 대거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현재 e스포츠를 구성하고 있는 프로팀 중 힘들게 운영을 하거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게임을 연습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은 정신력의 무제라며 오히려 첫 승부조작 사태 이후 견고해진 단속과 내부 장치로 인해 수면 아래 숨어있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게임계정부당국 힘 합쳐야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해 협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 및 조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과의 협조 및 의뢰를 통해 처벌토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선수들의 처우개선을 비롯해 경기환경 개선 등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승부조작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원인을 없앨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회가 요청한 대로 아프리카TV와 다음TV, 트위치TV와 아주부TV 등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 업체들 역시 승부조작 관계자들의 개인방송 송출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승부조작으로 인한 처벌 수위가 더욱 강화됐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e스포츠를 하루빨리 정식 스포츠로 끌어올려야 이같은 일이 잦아 들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e스포츠계가 실시하고 있는 예방책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승부조작이라는 불법행위를 제거하기 위해선 정식 스포츠란 자긍심과 선수로서 명예욕이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의 e스포츠계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란 것이다.

특히 e스포츠가 게임마케팅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e스포츠계는 스포츠의 마케팅툴이란 두능선의 샌드위치 상태'라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유혹의 손을 뿌리 치기란 쉽지않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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