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물든 A사의 한심한 상술…더 큰 시장 만드는 노력 필요

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이 촉(蜀)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촉후(蜀侯)의 욕심을 이용하기로 했다. 혜왕은 신하들로 하여금 소를 조각하게 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촉후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후는 신하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진나라 사신을 접견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수만명의 진나라 병사들이 숨어 있었다. 결국 촉후는 물욕(物慾)으로 나라를 잃었다. 이처럼 작은 것에 눈이 어두워져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바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우리 게임업계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 가운데 새롭게 열리는 희망의 엘도라도가 바로 가상현실(VR) 시장이다. 지난 9월 9일 출범한 한국VR산업협회의 등장과 함께 공식적으로 정부에서도 VR산업육성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제갈량이 기다리던 동남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에 불어오고 있는 이 희망의 동남풍속에서 촉후와 같이 소탐대실하는 우(愚)를 범하는 몇몇 업체들이 있어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우리의 게임업계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성공가능성 있는 기술을 나누지 않고 꽁꽁 숨겼던 탓에 더 큰 결실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라져간 사례들이 많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보완하고 상생하며 얻을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첨단기술로 개발되는 콘텐츠들을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나누기 위해 뜻을 모으고 VR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VR콘텐츠 제작용 카메라 구입이었다. VR콘텐츠 개발의 핵심은 360도 영상촬영과 촬영된 영상들을 연결해서 붙이는 스티칭(stitch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VR카메라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VR산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매스컴에도 오르내리던 A사를 통해서 카메라 구입과 콘텐츠 개발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기 위해 접촉하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해야만 했다.

개발일정에 맞추기 위해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결재해달라는 A사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택배로 도착한 장비를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라 지지용 폴(pole)과 리그(rig)만 포장용 에어캡에 둘둘 말려 배송되고 정작 카메라는 도착하지 않았다.

며칠 뒤 카메라는 별도로 도착했지만 통관절차 때문이라는 이유로 배터리는 일주일 뒤에나 받아 볼 수 있었다. 장비구입에 3주를 소비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개발일정 연기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변변한 매뉴얼조차 제공되지 않았고 사용방법과 스티칭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200만원이라는 별도의 금액을 지불해야하며 그것도 3명이상 교육대상을 모집해야만 교육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고 외국 업체의 장비를 들여다 판매하고 있는 회사가 이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한탕 치고 빠지겠다는 참으로 얕은 상술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었다.

산업기반생태계 조성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깊게 고민해야하는 시점에서 눈앞의 작은 이익에 휘둘려 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VR관련 장비와 기술은 국산이 아니다. 유일하게 삼성이어VR이 VR콘텐츠를 일반 사용자들이 접하기 위한 하드웨어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VR동남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 올해 초다.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을까. 몇몇 오랫동안 R&D를 진행해온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선상에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것을 지키려고 할 때가 아니라 공유하고 상생해서 더 큰 것을 취해야 할 때다. 소탐대실하지 말아야 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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