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휴와 전망⑤끝]…여위원장 혹독한 '신고식' 치르기도

사진 왼쪽부터 송성각 한콘진 원장, 여명숙 게임위원장,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

게임계에는 정부와 업계에서 만든 3개 기관 및 단체가 산업의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 단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 그리고 업체들이 모여 만든 게임산업협회(K-iDEA) 등이다.

공교롭게도 3개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사령탑들은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인물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이다. 그는 지난 해 12월23일 홍상표 원장의 뒤를 이어 원장이 됐다. 다음으로는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이 올해 4월 선출됐고 여명숙 위원장도 같은 달 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이들의 지금까지의 재임기간은 4개월에서 8개월 사이다. 게임협회장의 임기가 2년이고 게임위원장과 한콘진 원장의 임기는  3년이므로 이제 반에 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첫 걸음이 중요하다 했는데 그 가운데 때아니게 가장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이는 다름아닌 게임위 여위원장이다.

 게임위는 얼마 전 간부들이 웹보드게임의 잘못된 사항을 알고도 이를 사전에 해당 업체에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일로 여 위원장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관계자들을 징계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결국 여위원장은  전임 설기환 위원장이 조직 기강을 세우지 못하는 등 내부 단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중도 퇴임한  전철을 그대로 밟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 위원장은 업계와의 밀착 문제 등 위원회 내의 조직적인 비리 행태를 어떻게 단속하고 털어 내느냐가 그의  재임 업적 가운데 중요한 어사인먼트로 작용하게 됐다.

지난 4월 취임한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취임 일성을 통해 향후 2년간 ▲자율규제 ▲진정한 의미의 진흥책 추진 ▲협회의 외연확대 등 3개 정책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협회에 상근하면서 앞서 제시한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강조했던 사업들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지난 6월 말부터 자율 시행되고 있다. 또 모바일게임산업협회와 현안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모두 다 외연을 중요시 여긴 행보다.

하지만 그의 동선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의 움직임이 늘 게임산업 내부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장은 정치권 또는 정부와의 대화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엿보이지 않는다. 그같은 저간의 배경은  남경필 전 회장이  정치인 출신이지만 업적을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에 있는 곳이 다름아닌 국회 등 정치권이다.

또 최근 들어 협회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방만한 협회 운영을 구조조정하는 등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회원사들의 권익을 담보해야 할 협회가 전혀 그런 부문에 대해선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강 회장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행정 추진과 단기과제와 중기과제를 도출해 새로운 산업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체제 과도기적인 역할 수행에 주력하는  길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 회장이 더 귀를 기울이는 등 열린 협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해 12월 취임한 송성각 한콘진 원장은 방송 광고인 출신으로 그가 원장이 됐다고 했을 때 게임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반반이었다.

그동안 한콘진을 맡아 온  원장들이 대학교수와 언론인으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지만 송 원장의 경우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산업 일선에 뛰어본 경험이 있어 게임업계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가 비록 산업계에서 일했다고는 하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특수성을 잘 모를 것이라고 일갈했다.

송 원장 취임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그냥 그렇다 정도이다.

송 원장은 조직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일을  벌리기 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사업들을 하나둘 점검하는 등 업계에 한 발 한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과거 전임 원장들이 취임하자마자 조직을 뒤흔들면서 틀을 바꾼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게임계의  당면 문제를 주체적인 입장에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세간의 평은 공격적이어야 하는 데 끌려 다닌 것이라며  인색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콘진원의 현재 움직임은 아주 잰걸음 쪽이라기 보다는 매우 슬로우 템포다. 

일각에서는 이에따라 송원장 체제가 자신의 분명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다만  송 원장의 재임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를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큰 그릇은 늦게 차오르는 게 아니냐는  그에 대한 변론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경영 수완에 대한 성적표는 아직 미완성이며 현재 진행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더게임스 김병억 대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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