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이기 전에 ‘게이머’ 강조…즐거움의 발견이 난관극복의 원동력

지난 7월 11일,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대표가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전 세계의 수많은 게이머와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거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를 향한 애도 메시지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메시지의 상당수가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었다. 왜 그들은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 인사말로 남기려 했을까.

이와타는 유능한 게임 개발자이자 경영자였다. HAL 연구소에서 프로그래머로 재직하면서 ‘벌룬 파이트(1984)’ ‘마더(1989)’ ‘별의 커비(1992)’ 등의 작품을 개발했다. 이 작품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오는 동시에 다른 게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개발자로서 그의 능력은 ‘마더2: 기그의 역습’ 개발일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개발이 중단된 채 2년의 제작일정을 남겨두고 있던 프로젝트를 이와타가 직접 만든 개발 툴로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 1년 만에 게임을 완성했다.

경영자로서 그의 역량은 2002년 닌텐도 대표로 취임한 이후 ‘NDS’와 ‘Wii’를 출시하면서 빛을 발했다. NDS와 Wii는 닌텐도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던 비디오 게임과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 두 개의 화면과 터치스크린 기술을 활용한 NDS는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를, 동작인식기술을 활용한 Wii는 활동적인 게임 플레이를 가능하게 했다. NDS와 Wii의 이러한 속성은 기존 게이머들에게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했고,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이들을 게임으로 초대했다.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게이머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그가 이룬 성과와 업적만으로도 이와타가 감사 인사를 받기에 부족함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에게 건네는 감사에는 업적에 대한 찬사 이외에 우정과 존경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005년 GDC 연설에서 이와타가 남긴 “제 명함에서 저는 회사 사장입니다. 제 머리에서 저는 게임 개발자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서 저는 게이머입니다.”라는 말은, 이 연설의 맺음말이었던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심지어 게임에 대한 취향이 각자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게이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이처럼 이와타는 게임 개발자이자 경영자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그를 향한 감사인사에는 한 사람의 게이머를 떠나보내는 다른 동료 게이머들의 우정과 존경이 담겨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했던 이와타의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게임의 즐거움에 대해 성찰하게끔 한다. ‘우리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고, 이러한 인식에 근거한 게임에 대한 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질문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대단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게임은 우리를 제한 없는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며, 그 세계에서 게이머는 새롭고도 낯선 경험을 통해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얻는다. 그 경험들이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게끔 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한다는 것을 게이머는 알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모바일 시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된지 오래인 상황에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환된 시장에서 창출해야 할 수익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새롭게 형성된 자본의 흐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성장’이 아닌 ‘생존’이 화두인 시점이지만, 게임을 통해 기꺼이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의 가치를 아는 게이머의 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게임에 담겨있는 즐거움을 발견해줄 게이머가 없다면 게임이 존재할 수 없을뿐더러, 게임 산업 종사자들 역시 모두 각자 한 사람의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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