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조치로 시장 위축 ...잘 나간다는 기업조차 '나몰라라'

국내 게임시장이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젠 더이상 모바일 게임이 산업의 비주류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쪽 업계 사람들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거품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개발자들의 몸값은 여전히 상종가라고 한다.

반면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 온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온 투자사들도 더 이상 온라인게임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개발작 편수는 갈수록 쪼그라 들고 있다.

온라인 게임시장에 대한 매력이 점차 잃어가고 있다.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완성한 게임을 놓고 가슴을 조아리며 흥행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개발자와 투자자의 심정은 가히 경험을 해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이들은 그래서 한번은 모르지만 또다시 목숨을 내 걸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온라인게임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을 보면 온라인게임도 그렇지만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은 그렇다 손 치더라도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 외면은 다소 의외다. 그러나 킬러 콘텐츠인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게임산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선순환 구조에 의한 투자비를 보면 전체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투자 자금은 어디서 조달하고 있는가.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유입자금이 중국기업 또는 일본기업의 돈으로 보고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상당한 근거 또한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래도 잘 나가는다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얼마나 자금난에 시달리기에 이렇게 외국 자금까지 가져다 쓰고 있는냐 하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브랜드를 개발해 상품을 선보이고, 제품 생산은 중국 공장에서 조달해 공급해 왔듯이, 그런 식의 일들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 게임 산업계에서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된 데는 먼저 게임시장 위축 현상이 예상외로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 것보다는 자신들의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게임계 특유의 집단 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정부의 ‘나몰라’ 식의 게임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올초 콘텐츠 육성자금으로 2500억원을 책정,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액션을 담은 실행 플랜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또 정부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게임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산업 로드 맵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입으로만 외치며 생색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외자 유입은 금융 통화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우려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것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자칫 잘못 하다가는 자본 종속에 의한 수탈의 빌미가 될 수 있고, 종국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업 운신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부문이다.

더욱이 게임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종합예술이자 대중문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
게임내에 국적을 입히지는 않지만 문화의 양태까지 벗겨 낼 수는 없다. 문화 산업계 인사들이 늘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 게 바로 이점이다. 주체적인 문화를 양산하지 않으면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자본 논리에 의해 우리 문화가 파괴되고 손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을 우려한 정부가 마지노선을 긋고 이를 사수하고 있는 것인데, 나몰라식의 정책과 기업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이같은 수호선이 파괴된다면 그 산업의 미래는 과연 누가 담보하고 책임질 것인가.

게임계에 대한 투자 경색을 서둘러 걷어내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는 게임산업을 살리는 길일 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하는 첩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느 업종이나 집단에서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계 만큼 아주 병적이고 저급한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게임학과 등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었다. 게임 관련 학과 커리큘럼 중 게임문화 및 게임 산업론 등 다소 인문학에 가까운 강의를 개설해 놓고 있는 대학은 불과 몇몇에 그쳤다. 오로지 게임 개발 및 기술 강의뿐이었다.

교육계는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더 무게를 둔다. 그 것은 교육에 의해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는, 환경에 의해 사람이 변한다는 성악설과 전제가 같다. 한번도 문화와 산업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산업 전선으로 나와서 바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숲에서 물고기가 잘 자라기를 기대하는 것과  그 무엇이 다를까.

게임계가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올들어 더 경색된 유동성의 문제인게 그 것이지만 세상의 법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며 성공한 일부 게임인들로 인해 더 척박해 진 까닭도 없지 않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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