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의 주입식교육 원해…창작은 기계적 학습 넘어서

지난 상반기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과 함께 국내 박스오피스의 돌풍은 역시 ‘위플래쉬’라고 할 수 있다. 적은 숫자의 상영관과 상영 횟수로 상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전문가들의 호평과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꾸준히 긍정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음악 배경 영화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작품은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한 음대 신입생 앤드류와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으로 불리는 플렛쳐 교수가 겪는 상황과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재즈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는 J.K. 시몬스의 연기를 영화의 일부분으로 만들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아니라, 영화 내에 등장하는 인물 ‘플렛쳐 교수’에 대한 평가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과 북미를 포함한 서양권이 서로 극과 극으로 나뉘는 상황이다. 음악에 대한 표현과 연출 등은 이견이 전혀 없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극 중 행동과 관련해서는 전혀 다른 해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살짝 시기가 지난 영화 이야기로 논단을 시작한 것은, 최근 게임 개발 직군 인재 양성에 있어 이런 플렛쳐 교수를 원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최근 강남 어머니들 사이에 새롭게 뜨고 있는 자녀들의 직업이 웹툰 작가와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특히 이 두 직업은 새롭게 강남 지역에 전문 학원이 생겨날 정도로 주목을 받는 등 사교육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신사업을 강남의 학원으로 체크하는 몇몇 전문가들은 웹툰 작가와 IT 프로그래머를 새로 조명 받는 직군이라고 언급을 할까.

하지만 이런 환경 대부분이 강남 특유의 주입식 교육이 기반이 되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창성과 창작 요소를 스스로 키워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요소마저 강제로 주입시켜주길 원하는 부모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식을 주고받는 몇몇 프로그래머 강사의 경우 강남 어머니들이 위플래쉬의 플렛쳐 교수를 언급하며 보다 강도 높은 주입식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그야말로 한동안 정신이 멍해지기도 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암기와 반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악기 연주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음 내는 법과 연주하는 법을 익히는 것에 불과하다. 프로그래밍이나 음악 연주나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과 독창성을 결과물에 녹여내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위플래쉬의 명대사로 언급되는 것은 역시 플렛쳐 교수의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라고 언급하지만, 실제 교육학을 전공하거나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사람의 잠재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채찍질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채찍질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보상에 대한 부재로 이어져 교육 효과를 최악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개발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분야의 인재가 늘어나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듯 강압적이고 주입식 교육을 베이스로 성장한 인재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게임산업에서 얼마나 어떻게 활약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반론도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업계에서 ‘게임이 돌아가는 수준의 빠르고 완벽한 코딩’을 할 줄 하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고, 이들은 그 누구보다 반복 숙달 작업에 익숙한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성공한 수많은 게임들이 비단 단순히 코딩만을 완벽하게 한 작품이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동료가 필요한 것이지, 프로그래밍만 할 줄 아는 기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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