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협회(K-iDEA)가 새로운 회장 후보로 넥슨 공동대표를 역임한 강신철씨를 추대했다고 한다. 남경필 전 회장이 사실상 협회 일에서 손을 뗀 이후 1년여 만에 새 회장을 뽑는 것이다.

강 회장 후보가 나오기까지 진통도 많았다.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고 남 전회장은 게임과는 전혀 무관한 디자인 전문가를 회장 후보로 추천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회장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카드가 강신철 회장 추대 방안이다.

어느 단체나 마찬가지겠지만 회장이란 자리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영예스런 자리다. 특히 업종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은 더 그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과열 경선이 빚어져 말썽을 빚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업계에는 이런 경쟁이 없다. 오히려 뒷짐만 지거나 떠넘기기식으로, 큰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총대를 메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초대회장을 맡았던 김범수 회장(다음카카오 의장)과 2대 김영만 회장(전 한빛소프트 대표)은 달랐다. 그들은 산업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인물들이다. 이후 게임협회장 자리는 이른바 떠넘기기 식으로 돌아갔다.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만이 자발적으로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선 유일한 경우다.

그리고 끝내는 외인 부대를 불러 들였다. 당시 임기를 마친 최관호 전회장은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눈여겨 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을 강력 추천, 남 회장 체제를 만들었다.

문제는 전임 회장들 대부분이 그랬지만 오너가 아니고서는 마치 모래알 같은 협회 회원사들을 뭉치게 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컸고 친화력 또한 뛰어나다는 남 전 회장조차 맥을 못 췄다. 그 이전 회장들은 강력한 리더십도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한 채 임기만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협회의 공신력과 추진 동력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협회 집행부는 강신철씨를 새 회장으로 추대하겠다는 것이다. 넥슨 공동대표 출신인 그는 현재 네오플 고문 자리를 맡고 있다. 게임계를 완전히 떠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업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형편이다.

그런 처지의 강 후보가 과연 얼마나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의 인격과 성품 역량 문제는 그의 리더십과는 또 다른 문제다.

본지는 앞선 사설을 통해 강 회장 후보 옹립 움직임에 대해 여론 수렴 등 절차상의 과정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적인 절차도 그 것이지만 정통성을 확고히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 그래야 떠맡는 식의 회장이지만 권위를 부여받고 또 한편으론 회원사들로부터 담보할 수 있는 건 담보할 수 있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 회장 후보가 친 넥슨계이지만 그렇다고 넥슨을 대표해서 결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인정받지 않겠느냐는 점도 작용했다.

작금의 게임계는 상당히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밖으로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이 우리 턱앞까지 치고 올라왔고 안으로는 사행과 과몰입 문제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또 시장판은 온라인과 모바일이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발전을 위한 로드맵은 몇 년째 잠을 자고 있다.

총회 인준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강 회장 체제의 출범은 명약관화한 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강회장 후보는 적어도 취임에 앞서 회원사들에 대해 협회의 새 비전을 제시하는 등 과거 떠맡는 식의 회장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 내 괴상한 조직인 운영위원회에 자신의 운명을 떠맡긴 채 끌려 다니는 일 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대내외적인 선언은 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해야 회장으로서 체면은 서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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