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을 맞이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0년의 세월동안 2차 세계대전은 시작부터 종전, 종전 이후까지 역사에 많은 흔적을 남겨 놓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을 단순한 전쟁사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많은 문화의 변화와 트렌드를 가져다 준 시기 역시 이 때였다. 대표적으로 현대 영화와 광고에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프로파간다’(선전영화)의 기틀과 흐름을 잡게 된 작품들이 바로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있어 가장 유명한 프로파간다 작품은 독일의 ‘의지의 승리’와 미국의 ‘총통각하의 낯짝’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은 각각 기록영화와 단편 애니메이션이란 서로 다른 형태로 제작이 되어 현재까지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받으며 ‘선전’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의지의 승리’는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당의 전당대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돌프 히틀러를 ‘독일 민족의 구세주이자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앵글과 편집이 들어간 작품이다.

특히 지금 봐도 뒤지지 않는 혁신적인 영상미와 편집을 통해 많은 영화와 영상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과거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들이 차용했던 영상 기법이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악역들의 압도적인 힘을 강조하기 위해 의지의 승리에서 활용된 영상기법을 활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총통각하의 낯짝’은 현재 겨울왕국으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가 만든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풍자와 재미,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개봉 해(1942년)에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등 공개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특히 기존 천편일률적인 프로파간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적국의 ‘권력층’과 ‘일반 시민’을 구분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그 당시 독일의 실상을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을 넣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필자가 영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부정적인 의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게임중독' 광고가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조명을 받지 못한 저급 프로파간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적인 측면에서나, 상식 이하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 등 많은 면에 있어서 저급 프로파간다의 유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프로파간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제작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요소를 부풀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짓말’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있는 사실을 숨기거나, 없는 사실을 새롭게 창조하는 등 프로파간다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거짓된 요소가 분명히 들어가며, 이를 강조된 콘텐츠로 숨기는 것이 프로파간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이번 광고는 보건복지부 스스로가 내용을 수정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거짓말조차 제대로 은폐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프로파간다’로 기록될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해당 광고를 글로벌서비스 동영상사이트에 업로드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거센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저급한 프로파간다에 속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 광고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