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다툼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단연 김정주 NXC회장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지분 매각을 주도했고, 이를 통해 국내 게임기업의 세계화를 주창한 것도 바로 그다.

이번 사태도 넥슨의 기업 정서를 고려하면 그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서는 결코  있을 수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코앞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가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바꾸도록 직접  지시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을  최고의 기업인수 승부사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넥슨의 성장 발자취를 보면 사실상 기업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왔다. 실제로  넥슨에서 효자게임으로 불리는 작품 거의가 개발보다는 지분투자를 통해 인수한 게임들이다.  

그래서 그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자주 비교된다. 가능성이 크고 괜찮다 싶은 기업이 있으면 과감히 사들이는 것이다.  '던전앤파이터'로 중국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킨 네오플을 당시 가격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약 4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잘 나가는 게임하이(현 넥슨GT)를 시세가에 비해 무려 두배 가까운 금액을 제시해, 막판 뒤집기를 성공한 것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업계는 말한다. 이 회사의 '서든어택'은 지금도 넥슨의 효자 게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는 김우중 회장을 존경하는 재계 인물 가운데 한사람이라고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키작은 한반도에서 벗어나야 대한민국 기업이 살 수 있다는 그의 지론과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자신과 상당히 빼 닯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변화하지 않고 실적이 없으면 바로 도태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해  업계에서 적이 많은 사람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래서 넥슨에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반 넥슨인들이 적지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사태도 김 회장이 아니면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란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예컨대 우정보단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넥슨에서는 김 회장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석에서 자주 엔씨소프트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흘러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엔씨소프트를 저대로 방치할 순 없다는 것이었고 어떤 식으로든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의 승부수는 이번에도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로서 경영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넥슨측의 주장을 거부하기가 엔씨소프트측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약속과 틀리지 않느냐는 엔씨소프트측의  주장은 그저 항변 정도로만 받아 들여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김 회장은  신뢰라고 하는 기업윤리의 중심 축이 여지없이 흔들리게 됐다. 앞으로 어쩌면 그의 말을 비즈니스 외에는 절대 신뢰하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반응은 그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지도 모를 일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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