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사에 있어 ‘미드웨이 해전’과 함께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평가를 받는 전투가 있다. 바로 1942년 8월부터 1943년 2월까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지금의 볼고그라드)일대에서 벌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그것이다. 이 전투는 이미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다양한 연출과 해석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전투이기도 하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대격전이자 소모전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다.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해 무려 2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전투는 전 세계 전쟁사를 빌어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소련군과 독일군 참전용사들 모두 입을 모아 생지옥이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잔혹했던 참상의 연속이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소모전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양측 진형 중 오래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양상으로 전투가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막강한 화력과 장비를 갖춘 독일군이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전투의 양상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전투에서 사용되었던 모든 병기와 병과, 모든 종류의 병력이 투입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양측 모두 갓 징집한 신병에서부터 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노병까지 닥치는 대로 전장에 투입했고, 일반 보병 병과부터 특수 병과로 분류되는 저격수까지 투입되면서 하루의 교전에 평균 한 달에 가까운 군수물자와 병력이 투입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런 끝이 없어 보이는 소모전은 소련군의 반격과 포위망 형성 성공, 독일군의 저항과 ‘겨울폭풍 작전’으로 대표되는 포위망 돌파 작전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특히 독일군의 경우 히틀러의 직접적인 명령 하달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했고, 소련군은 기세를 몰아 독일군의 보급선까지 위협하면서 완전하게 승기를 잡게 된다.

결국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파울루스 원수의 항복 명령으로 종료되며 6개월간의 지옥 같았던 전투는 끝나게 된다. 이 전투의 영향으로 독소전에 있어 일방적으로 독일군의 공세로 진행되던 전투의 흐름 자체가 바뀌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련군의 독일 진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꾸준히 논단을 통해 언급했던 해전사가 아니라, 새롭게 육전사를 언급하게 된 이유는 올해 겨울이 게임계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스탈린그라드의 겨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의 시장상황을 본다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성장보다는 압박에서 버티는 데 치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해외와 국내 모두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롭게 급성장한 모바일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클래시 오브 클랜’과 ‘도탑전기’로 대표되는 글로벌 히트작들이 국내에서도 막강한 홍보비를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해외 자본은 이미 개발 투자 형식으로 뿌리를 박고 있어 향후 개발력에 있어서도 막강한 영향을 선보일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런 해외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그나마 최근 정부에서 ‘피카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게임산업 발전 3차 중장기계획을 공개했지만, 새롭다는 인식보다 기존 진흥책을 이어가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보다는 금전적인 투자를 통한 우회 진입이라는 모습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임 산업에 방해가 되고 있는 규제 문제도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 계획을 통해 진흥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것 역시 분명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 등 해결 방향이 틀렸다는 것은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향간에서는 중장기계획에 대해 ‘저 눈 먼 돈을 누가 먼저 가져갈까’라는 식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어찌 보면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있어서도, 독일군은 초반 우세였던 독소전 양상을 믿고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타지에서의 동장군의 강력한 한파와 소련군의 매서운 저항, 그리고 보급선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결국 패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정부의 접근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스탈린그라드전투와 동일하게 게임 산업에 대한 흐름 자체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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