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 박주선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한선교 의원, 김광진 의원.

 올 한해는 게임업계 올드보이부터 뉴 페이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이슈를 만들어냈다. ‘은둔형 경영자로 꼽히던 1세대 게임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은 각자 회사의 청사진을 알리기 위해 공개석상으로 나왔다. 두 대표 모두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오른 만큼 끊임없이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주제로 질문이 쏟아졌다.

빅딜을 이끌어낸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송병준 게임빌 및 컴투스 대표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달랐지만 재계와 ICT 산업계까지 뒤흔들 커다란 빅 이슈를 만들어 내서다. 특히, 세 사람은 어느 해보다 많았던 게임업체들의 인수·독립·분사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 냈다.

 한동안 규제 일색이었던 국회의원들도 게임산업이 처한 위기가 현실화 되자 게임 살리기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게임업계를 지원사격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한 김광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업계가 주목하는 게임맨의 새로운 얼굴로서 떠올랐다.

밸브의 온라인 유통플랫폼 스팀을 문제 삼은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핀트는 다소 어긋났지만 국내업체들이 역차별 받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었고, 대표적인 안티게임맨으로 꼽혔던 한선교 의원(새누리당)과 서병수 부산시장도 게임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 은둔의 경영자들 무대에 서다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은둔형 경영자김택진 대표와 권혁빈 회장이 공개석상에 등장하자 모든 관계자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들의 등장만으로 화제가 될 만큼 그동안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모습을 보인 건 권혁빈 회장이다. 그는 신작 로스트 아크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국내시장 공략에 힘을 더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신작 로스트 아크제작 발표회 현장에 자리했다. 권 회장은 이날 행사의 VIP로 별도의 세션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업계를 향한 인사말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권 회장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자신 있게 선보일 작품이 없는 등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은둔형 경영자로 분류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어 “‘로스트 아크에 스마일게이트의 총력을 쏟아 부어 올인하겠다는 향후 사업방향도 언급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크로스파이어의 후속작 개발사실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짧게 답했다.

이런 발언들은 로스트 아크가 내년 국내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론칭작업에 돌입하는 만큼 국내시장에 힘을 싫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스마일게이트의 사업방향을 국내로 선회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2014’에서 선보일 신작을 소개하는 지스타 프리미어행사에서 2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올랐다. 김 대표는 오전·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행사의 1부를 직접 진행하는 등 은둔형답지 않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엔씨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엔씨 클라우드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였기에 김 대표 역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엔씨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모바일게임 신작을 다수 선보였다. , 온라인게임 신작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혼을 선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특별한 자리인 만큼 최고책임자로서 김 대표가 나선 것이다.

최근의 주가 하락도 그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안티카페가 생겨날 정도로 공식활동을 자제한 그가 행사를 진행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책임경영의 증거를 요구하는 주주들에 대한 메시지라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질의응답 세션에서 해외 거주 기간이 길어 국내 사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일축해 주가상승에 영향을 주는 등 식지 않은 김택진 파워를 과시했다.

  # ‘빅딜이끌어낸 3화제

게임판을 들썩이게 한 빅딜의 주인공들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5300억원)의 투자유치를 결정케 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대표적이다.

방 의장은 CJE&M의 게임사업부문이었던 넷마블의 고문역으로 복귀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텐센트의 투자유치 역시 공정거래법상의 증손자법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엄청났다. 모바일게임 업계 최대의 화두인 중국 진출을 투자유치로 손쉽게 이뤄낸 것. 상대가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텐센트이기에 주목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본격적인 왕의 귀환이 시작된 것도 업계인들의 입을 오르내렸다. 투자 유치와 독립법인 설립이 발표된 뒤 중국에 내놓을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개발업체들에 지분투자를 단행해 작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 CJ게임즈 산하에서 활동했던 자회사들도 일단 인력을 확보해 몸집을 불리라는 특명을 내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글로벌 진출 가속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도 방 의장이었다. 방 의장과 넷마블 임원진의 결단은 곧바로 성과로 드러났다. 약점으로 꼽혔던 부족한 해외성과가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등의 글로벌 흥행으로 메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 의장은 텐센트 투자유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격적인 지분투자를 통한 작품 확보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 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도 모바일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빅딜로 게임업계 뿐 아니라 ICT산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웹포털계의 2인자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과 합병을 발표했고, 지난 101일 다음카카오를 탄생시킨 것이다.

다음을 품어 탄생한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어선 공룡기업이 돼 또다시 산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 대표는 다음카카오 출범식에서 합병 초기이다 보니 아직 확정된 서비스가 없다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말해 향후 이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여전히 물음표로 남겼다. 다음카카오의 합병 시너지는 지금까지도 미지수로 남아있긴 하나 투자와 사업을 보는 눈이 남다른 이 대표인 만큼 향후 어떤 사업을 전개해 나갈지 게임과 ICT 산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게임빌 대표에서 컴투스 대표까지 겸임하고 있는 송병준 대표는 양사 모두 올해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행운아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가 단순한 해운이 아니라는 것은 업계관계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유통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직접 해외시장을 누비며 절치부심 때를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 정치권도 게임살리기 드라이브

각종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 시킨 정치권도 올해 게임 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게임산업을 옥죄는 규제안을 입법한 의원들이 게임을 살려야 한다며 나섰고, 비례대표로 초선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서며 힘들어진 산업계를 지원하고 나섰다.

새롭게 친() 게임맨으로 떠오른 김광진 의원은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발언과 각종 규제 개정안을 발휘하며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게임중독법에 반대하는 공청회를 열고, 게임을 문화예술로 인정하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진흥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과 ICT업계에 직접적인 이득을 안기는 ICT 산업기능요원제도(이하 병특제도)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김 의원의 작품이다. 그는 병특제도 지원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중소업체는 병특제도를 활용해 채웠던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빗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어왔다. 개정된 병특제도가 특성화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인원들로 제한돼 뽑을 인원이 없었기 때문인데, 다시 대학생들까지 병특제도 범위를 넓혀 인력난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했다.

안티게임맨으로 분류됐던 서병수 부산시장과 한선교 의원도 게임살리기에 나섰다.

서 시장은 부산에 게임특구를 만드는데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며, 어떤 게임규제도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부산시의 비수기 관광수익을 책임지는 지스타 2014’를 위한 포석임과 동시에 줄어든 세수를 메울 먹을거리로 게임산업을 지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성 안티맨으로 알려졌던 한선교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을 비판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볼 수 있도록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를 개정, ‘게임과물입·중독 예방 조치조항을 추가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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